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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담의 시

해탈의 경지 / 성담 임상호 해탈의 경지 / 성담 임상호 뉘 부르지도 않은 여름이 봄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꿰차고 천연덕스럽게 앉았다. 꽃들이 수줍게 피어나던 뜨락엔 무성한 줄기 뻗은 나무가 파수꾼처럼 서있다. 머잖아 저 푸른 잎새도 붉게 퇴색해 안녕을 고하며 겨울준비에 부산을 떨겠지. 자연의 순리처럼 눈여겨보지 않으면 우리네 인생도 찰나처럼 지고 말겠지. 아쉬움을 느낄 나이가 되면 늘 자신만만하던 젊음의 패기마저 주눅 들 텐데. 인생사 앞일 모르고 즐기는 게 묘미라는 걸 뒤늦게 알아야 오히려 약이 되는 거야. 더보기
비와 나그네 / 성담 임상호 비와 나그네 / 성담 임상호 터벅터벅 고달픈 인생의 길 주어진 여정에 따라 정처 없이 떠나는 나그네 발길. 어제는 땡볕에 시달리다 오늘은 굵은 빗줄기에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처럼 처마 밑에 쭈그려 앉았다. 연신 뿜어내던 푸른 담배연기도 사라지고 바람에 이끌려 잎새마저 떠나면 내리는 빗속에 나그네도 어디론가 사라진다. 더보기
달빛처럼 / 성담 임상호 달빛처럼 / 성담 임상호 밤이 이슥할 무렵 열려있던 창문을 닫습니다. 당신 향해 열렸던 마음도 다시금 꼭꼭 빗장을 치듯 닫아둡니다. 달빛은 걸어 잠근 창문을 두드림도 없이 도둑처럼 살며시 들어옵니다. 닫힌 줄 알았던 나의 마음속엔 어느새 당신으로 가득한 채 날이 샙니다. 달빛처럼 때로는 도둑처럼 마음을 털리는 날엔 꿈속에서 어김없이 무지개가 뜹니다. 더보기
식솔 / 성담 임상호 식솔 / 성담 임상호 세상에 태어나서 가족이라는 다섯 명의 이름 외우기는 처음 구구단 배울 때보다는 훨씬 쉬웠다. 강산이 두 번 변할 무렵 아버님이 그리고 네 번 변할 때 어머님이 세상 떠나셨으니 단출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이더냐 딸, 아들 늘어나더니 급기야 성씨도 다른 사위에 며느리에서 손녀와 손자까지. 그뿐이랴. 나이는 점점 먹어가는데 귀염둥이들 나이와 생일까지 외우려면 이젠 머리에 쥐가 난다. 더보기
쏘다니는 인생 / 성담 임상호 쏘다니는 인생 / 성담 임상호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법이 다르듯 틈나면 쏘다닐 생각에 몰두하다 보면 결국은 역마살 낀 인생처럼 사방팔방 쏘다니게 된다. 그러나 밖에 내돌리는 바가지는 언젠가는 깨지게 마련이고 눈과 비를 오랫동안 맞은 쇠붙이는 붉은 눈물을 흘리게 되는 법이다. 쏘다니는 것도 어느 한계에 이르면 홀로 외로움에 지친 나머지 엉엉 소리도 못 내고 가슴으로 울게 마련이다. 그러나 오늘처럼 비가 내리거나 모진 바람이 불어오는 날엔 왠지 모르게 방랑이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쏘다니고 싶어 진다. 더보기
비틀거리는 인생 / 성담 임상호 비틀거리는 인생 / 성담 임상호 가지 끝에 곡예하듯 매달린 가녀린 잎새 어쩌다 바람결에 흔들린다고 행여 함께 비틀거리진 말아요. 인생은 저마다 가야만 할 스스로의 길이 정해져 있듯 남이 간다고 무작정 그 길 가지 말아요. 비틀거리는 밤이 오더라도 다음 날 희망 동반할 붉은 태양이 눈앞에 펼쳐질 그때 그 순간 굳건히 힘을 내세요. 더보기
백 년의 여행 / 성담 임상호 백 년의 여행 / 성담 임상호 인생 백 년 살다 보면 길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결코 짧지도 않다. 그 길 걷다 보면 행복에 겨운 시간도 가슴 에이는 삭풍의 세월도 모두 고루 있기 마련이다. 홀로 걷기엔 왠지 힘겨워 의지하려 해도 쉽지 않은 인생길이다. 누군가 손 내밀면 잡아주고 기댈 어깨를 빌려준다면 더없이 좋으련만... 더보기
바람에 울다 / 성담 임상호 바람에 울다 / 성담 임상호 바람이 분다 여린 갈대 울려놓고 떠나온 바람이 낮밤 가리지 않고 불어온다. 새침데기 어린 계집아이 바람에 치마 걷혀 사내아이에게 고운 정강이 보였다고 잉잉 소리 내어 운다. 전봇대에 붙어있던 색이 바랜 전단지도 귀퉁이 반쯤 찢어진 채로 파르르 떨며 운다. 첫사랑이 고무신 거꾸로 신고 도망갔다며 떠꺼머리총각이 바보처럼 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