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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담의 시

삼등 인생 / 성담 임상호 삼등 인생 / 성담 임상호 쉽사리 물러설 것 같지 않던 밤이 여명에 쫓기듯 사라지면 초록의 숲에 곤히 잠들었던 주홍 부리 새도 날개를 활짝 펴고 비상의 채비를 갖춘다. 한동안 숨소리마저 죽인 채 살았던 비참한 과거를 딛고 삼등 인생의 억눌렸던 순간도 고개를 들고 이제는 새처럼 날으리. 까마득히 허공으로 솟구쳐 한 많은 세상에서의 한이 서린 순간을 기억 속에서 지운다. 더보기
텔레파시 / 성담 임상호 텔레파시 / 성담 임상호 몸은 비록 천리만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향한 마음은 하나가 된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것은 잠재된 영혼의 작용일 수 있다. 떨어진 듯 떨어지지 않고 끊어진 듯 이어지는 현상 바로 텔레파시다. 더보기
스산한 밤 / 성담 임상호 스산한 밤 / 성담 임상호 스산한 밤이 오면 왠지 마음까지 허전해 따스하던 기억 속의 그날로 가고 싶네 비록 바람에 흔들리는 한 자루의 촛불일지라도 잠시 그 곁에 머물면 아늑해지듯 세찬 바람 불어와 휑한 이 밤도 가녀리게만 느껴지던 임이 손길이라면 파르르 떨리던 마음마저 편히 머물게 될 거야. 더보기
창조의 세계 / 성담 임상호 창조의 세계 / 성담 임상호 고요를 깨고 낯익은 풀벌레 소리 귓가에 은은히 들려오면 반딧불이는 때맞춰 어둠의 숲을 환상의 무대로 수놓는다. 구름에 덮여있던 초승달이 삐죽 얼굴 내밀어 여명의 숲을 밝히면 선잠 물린 나그네의 발길은 미지의 세계로 분주히 움직인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전령들의 바쁜 움직임에 서서히 눈을 뜨는 만물이 다른 모습으로 채비를 갖춘다. 꽃을 피우는 시각에 맞추어 향기를 전하고 태양은 북소리에 장단 맞추듯 순간순간 동쪽 하늘을 장엄하게 붉음으로 물들인다. 어제와 같은 듯 사뭇 다른 각양각색의 생명체들은 저마다의 터전을 찰나처럼 바꾼다. 만물은 마치 그 누구의 명령에 따르는 듯 무질서 속에 질서를 유지하며 새로움을 창조한다. 더보기
전하지 못한 말 / 성담 임상호 전하지 못한 말 / 성담 임상호 오늘은 마음속에 간직한 말 전하고야 말리라 하지만 입속의 말은 튀어나오지 못했네. 그립다 마음속에 간직한 채 수없는 날이 지났어도 전할 수 없었네. 이제는 떠나는 그 사람의 뒷모습에 소리쳐 전하네 사랑했노라고... 더보기
낙엽 / 성담 임상호 낙엽 / 성담 임상호 그날따라 빨갛게 익은 단풍이 바람에 속절없이 떨어지던 안타까운 가을이었지. 오늘도 이렇게 바람이 불면 발아래 떨어지던 고운 단풍이 눈앞에 아른거리네. 무엇이든 떠나보내게 되면 그 사연은 가슴 깊은 곳에 미련만 가득 쌓이게 되지. 떨어지는 낙엽에 분홍 글씨로 그대에게 소식 전하면 혹여 그리운 이 마음 아시려는지. 더보기
불륜 / 성담 임상호 불륜 / 성담 임상호 마치 청교도의 이상을 지니고 살아온 반백년 세월 속에 자신도 모르는 가운데 어느덧 결코 무딘 낯으로는 베어버릴 수 없는 불륜의 씨를 잉태한 나무 한그루가 자란다. 인간이라는 단어를 망각한 채 한낱 동물이라는 원천으로 돌아가 달콤한 꿀이 흐르는 쾌락의 늪에 빠져 희열만을 추구하고픈 욕망으로 치닫는 수컷 본능의 세계. 동물의 감성만으로 인간의 이성을 도외시하고 그간 옥죄였던 굴레를 벗어버리고 자유분방한 미지의 세계로 발을 옮겨 환희와 탐닉을 앞세운 유혹의 무대로 몸을 옮긴다. 어차피 만물의 영장이라는 허구의 단어로 포장한 인간이라는 허울뿐인 질서를 탈피해 본연의 욕정을 채우며 사는 것이 무슨 잘못이랴. 불륜! 그 거추장스러운 낱말을 쓰레기통 속에 과감히 버려버리면 잠재해 있던 본연의 자.. 더보기
여행 가는 길 / 성담 임상호 여행 가는 길 / 성담 임상호 덜컹대는 완행버스를 타고 설렘 가득한 여행은 언제라도 좋다. 옆자리에 향수 냄새나는 어여쁜 여인 대신에 주름 깊은 할멈이 웃음 지며 말을 걸어와도 좋다. 가끔은 철 이른 단풍이 창가로 다가오고 초저녁 별 대신 시름에 잠긴 그믐달이 보여도 좋다. 정해진 목적지가 아니더라도 선술집이 보이면 내려서 한잔의 곡차가 생각날 무렵 우정을 나눌 친구가 그립지만 홀로 취해도 좋으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