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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담의 시

다음 백 년이 지날 무렵 / 성담 임상호 다음 백 년이 지날 무렵 / 성담 임상호 하루를 건너뛰었을 뿐인데 열흘쯤 못 본 것 같아 그립다고 하지. 그 달콤한 세월 이별이라는 쓰라린 과일을 송두리째 삼켜버린 후 세상을 모두 잃은 것 같았지. 지금의 너는 이 고통 모르겠지만 하루 이틀 사계가 바뀌면 백 년을 아파해도 채울 수 없을 거야. 더보기
유무(有無) / 성담 임상호 유무(有無) / 성담 임상호 있을 때는 귀한지 모른다. 수없이 소중하다 백번을 이야기해도 귀담아듣지 않는다. 없을 때는 기쁜지 모른다. 백날을 그리워해도 한 번의 슬픔도 채워지지 않는다. 더보기
기다리는 마음 / 성담 임상호 기다리는 마음 / 성담 임상호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언제 해가 지고 달이 떴는지 지금이 어느 때인지는 그리 중요치 않다. 다만 밝던 대낮이 어느 틈엔가 사라지고 짙은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는 걸 이제야 기억할 뿐. 저 멀리 달빛 뚫고 달려오는 막차에는 과연 그대가 학수고대 기대처럼 오려나. 짐을 잔뜩 내려놓은 허리 굽은 노파만을 달랑 내려놓고 희뿌연 먼지만 날린 채 멀어져 가는 막차를 보낸다. 더보기
인연과 필연 / 성담 임상호 인연과 필연 / 성담 임상호 깨져버린 그릇처럼 이제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고 기억조차 하기 싫은 희미한 옛사랑. 씨줄과 날줄 그 촘촘한 그물망 같은 인생에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묘하게 피해 간 인연. 봄 되면 꽃피듯 한번 다시 한번 하던 그 사랑이 부활이란 이름으로 꿈결처럼 다시 찾아왔다네. 인생은 숙명적 예기치 않은 인연과 어쩔 수 없는 필연이란 만남으로 다시 시작하게 마련이지. 더보기
엄마의 일기장 / 성담 임상호 엄마의 일기장 / 성담 임상호 궁상떨듯 가난에 허덕이던 시절 시래기만 넣고 끓이는 애꿎은 솥단지 뚜껑만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였다. 아궁이 속 청솔가지는 매캐한 연기를 동반하여 그 잘난 시래기 죽 끓을 동안 몇 번씩이나 행주치마로 두 눈을 비벼야만 했다. 절반씩 퍼담은 시래기 죽그릇 돌리다 보니 식구 숫자보다 한 그릇이 모자란다. 붉게 타는 저녁 아름다운 노을이 지는 서편 하늘을 바라다보며 왠지 모를 슬픔이 몰려올 때 침 한번 삼키고 긴 하루를 마감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