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달빛처럼 / 성담 임상호 달빛처럼 / 성담 임상호 밤이 이슥할 무렵 열려있던 창문을 닫습니다. 당신 향해 열렸던 마음도 다시금 꼭꼭 빗장을 치듯 닫아둡니다. 달빛은 걸어 잠근 창문을 두드림도 없이 도둑처럼 살며시 들어옵니다. 닫힌 줄 알았던 나의 마음속엔 어느새 당신으로 가득한 채 날이 샙니다. 달빛처럼 때로는 도둑처럼 마음을 털리는 날엔 꿈속에서 어김없이 무지개가 뜹니다. 더보기 식솔 / 성담 임상호 식솔 / 성담 임상호 세상에 태어나서 가족이라는 다섯 명의 이름 외우기는 처음 구구단 배울 때보다는 훨씬 쉬웠다. 강산이 두 번 변할 무렵 아버님이 그리고 네 번 변할 때 어머님이 세상 떠나셨으니 단출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이더냐 딸, 아들 늘어나더니 급기야 성씨도 다른 사위에 며느리에서 손녀와 손자까지. 그뿐이랴. 나이는 점점 먹어가는데 귀염둥이들 나이와 생일까지 외우려면 이젠 머리에 쥐가 난다. 더보기 쏘다니는 인생 / 성담 임상호 쏘다니는 인생 / 성담 임상호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법이 다르듯 틈나면 쏘다닐 생각에 몰두하다 보면 결국은 역마살 낀 인생처럼 사방팔방 쏘다니게 된다. 그러나 밖에 내돌리는 바가지는 언젠가는 깨지게 마련이고 눈과 비를 오랫동안 맞은 쇠붙이는 붉은 눈물을 흘리게 되는 법이다. 쏘다니는 것도 어느 한계에 이르면 홀로 외로움에 지친 나머지 엉엉 소리도 못 내고 가슴으로 울게 마련이다. 그러나 오늘처럼 비가 내리거나 모진 바람이 불어오는 날엔 왠지 모르게 방랑이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쏘다니고 싶어 진다. 더보기 비틀거리는 인생 / 성담 임상호 비틀거리는 인생 / 성담 임상호 가지 끝에 곡예하듯 매달린 가녀린 잎새 어쩌다 바람결에 흔들린다고 행여 함께 비틀거리진 말아요. 인생은 저마다 가야만 할 스스로의 길이 정해져 있듯 남이 간다고 무작정 그 길 가지 말아요. 비틀거리는 밤이 오더라도 다음 날 희망 동반할 붉은 태양이 눈앞에 펼쳐질 그때 그 순간 굳건히 힘을 내세요. 더보기 백 년의 여행 / 성담 임상호 백 년의 여행 / 성담 임상호 인생 백 년 살다 보면 길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결코 짧지도 않다. 그 길 걷다 보면 행복에 겨운 시간도 가슴 에이는 삭풍의 세월도 모두 고루 있기 마련이다. 홀로 걷기엔 왠지 힘겨워 의지하려 해도 쉽지 않은 인생길이다. 누군가 손 내밀면 잡아주고 기댈 어깨를 빌려준다면 더없이 좋으련만... 더보기 바람에 울다 / 성담 임상호 바람에 울다 / 성담 임상호 바람이 분다 여린 갈대 울려놓고 떠나온 바람이 낮밤 가리지 않고 불어온다. 새침데기 어린 계집아이 바람에 치마 걷혀 사내아이에게 고운 정강이 보였다고 잉잉 소리 내어 운다. 전봇대에 붙어있던 색이 바랜 전단지도 귀퉁이 반쯤 찢어진 채로 파르르 떨며 운다. 첫사랑이 고무신 거꾸로 신고 도망갔다며 떠꺼머리총각이 바보처럼 운다. 더보기 자장면 속 달걀 반쪽 / 성담 임상호 자장면 속 달걀 반쪽 / 성담 임상호 젊음의 시절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 한 그릇 주문하고 소주도 한병 시켰다. 군침이 도는 자장면 쓱쓱 비며 쪼르륵 소리 나는 굶주린 배에 꾸역꾸역 챙겨 넣었다.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던 달걀 반쪽 안주삼아 소주 한병 추가 꿀꺽꿀꺽 마시면 그 추운 날씨도 견뎠지. 지금도 침샘 자극하는 자장면 속의 하얀 달걀 반쪽. 더보기 외면 / 성담 임상호 외면 / 성담 임상호 가슴에 맺힌 아린 슬픔을 하늘이 아시는지 종일토록 울적한 마음에 장대비를 내린다. 볼품없는 뜨락 한 구석에 비를 맞던 채송화를 꺾어 반쯤 마시다 만 술잔에 옮겨 창가에 놓았다. 어느 누가 제대로 피지 못한 한 인생도 불쌍히 여겨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려나. 가뭄에 말라비틀어진 가슴에 굵은 비는 그침 없이 내리지만 타는 갈증은 여전하다. 더보기 이전 1 ··· 112 113 114 115 116 117 1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