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담의 시

사랑 / 성담 임상호 사랑 / 성담 임상호 절박하게 뛰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엄마의 젖을 빨아보았어도 사랑을 느끼지 못했지. 진정 사랑하는 이의 젖무덤에 몸을 포개 잠들었을지라도 결코 고귀한 사랑의 따뜻함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무의식처럼 반복되는 순간순간의 기억마저도 사라졌을 때 잊지 못할 사랑을 깨우치기 마련이다. 사랑은 액션영화처럼 강렬하게 곁에 머물지 않고 먼 훗날 감지하지 못하는 순간 슬며시 다가오기 때문이다. 더보기
어긋난 인연 / 성담 임상호 어긋난 인연 / 성담 임상호 세모 네모 동그라미 하양 깜장 파랑 분홍 등등 각양각색의 형상이 삶의 존재라는 이름으로 공존한다. 하지만 저마다 무엇인가 통한다는 공통분모를 갖었다며 인연이나 숙명을 말하기 어려울 때는 필연이라 우기기까지 한다. 생각과 마음이 뜻하지 않게 어긋나듯 묘하게 교차하는 깊은 밤의 텅 빈 공허함만 밀려와 신작로에 내려앉는다. 더보기
함박눈 오는 아침 / 성담 임상호 함박눈 오는 아침 / 성담 임상호 봄의 동산처럼 늘 햇살이 머물다가는 마음의 뜨락엔 오늘 역시 그날의 말간 미소도 머문다. 겨울잠을 자던 빛바랜 비망록의 추억 한토막이 고운 속삭임의 새소리에 놀아 눈 비비고 일어난다. 그 시절 겨우 사랑에 눈뜬 이야기들이 함박눈 소복 내리는 정겨운 밤에 동반자 되듯 펼쳐진다. 더보기
구름에 가린 달빛 / 성담 임상호 구름에 가린 달빛 / 성담 임상호 한껏 온화함으로 차려입고 달빛에 덮인 호젓한 밤을 바람과 함께 거닌다. 예전 새벽이슬 맞으며 광주리를 이고 시장가시던 어머님의 모습처럼 달빛 한줄기이고 간다. 어머님의 잰걸음에 치맛자락 스치던 소리처럼 어디선가 풀벌레 소리 들린다. 백발 성성한 늙은 아들의 걷는 발길 보며 조바심에 애가 타시는지 넌지시 달빛 가린 구름 걷어 주신다. 더보기
회전 / 성담 임상호 회전 / 성담 임상호 장엄한 해돋이에서부터 종일토록 대지를 밝히던 태양이 바닷속에 제 몸 숨기기 바쁜 저녁이 되자 어느샌가 노을이 그 자리를 붉게 수놓는다. 사방이 고요 속에 침묵을 강요받으니 적막만이 세상에 남겨졌던 자리를 공허함이 파도같이 밀려들어 채운다. 어둠이 하루를 마감 짓는 순간에도 뇌리는 번개처럼 주섬주섬 조각난 시간들을 꿰맞춰 다시금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 만물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싸늘하게 식은 태양을 달궈 또다시 어둠의 여명을 밀쳐내고 새 아침을 만든다. 더보기
여정의 길목 / 성담 임상호 여정의 길목 / 성담 임상호 구부정한 몸짓으로 애써 내닫는 발길은 이젠 거의 습관이 되어 앞만 보고 거닌다. 날은 쉬이 어둡고 가야 할 길은 언제쯤이나 끝이 보일는지 알 수 없는 길을 무작정 간다네. 한 모금 담배연기도 바람에 흩어져 존재조차 허공 속에 사라지고 노을은 공연히 곱기만 하다. 오던 길 뒤돌아보아도 흔적조차 없는데 그래도 무슨 미련이 남아 자꾸자꾸 고개를 돌려보네. 더보기
겨울 햇살 / 성담 임상호 겨울 햇살 / 성담 임상호 삭풍에 거처도 없이 흩날리는 낙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을씨년스러운 겨울. 그래도 한낮 햇살이 머무는 한가로운 마당엔 봄 못지않구나. 그 햇살처럼 마냥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오는 임의 걸음 꿈결인양 오시네. 더보기
미련 / 성담 임상호 미련 / 성담 임상호 살다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아 지우려 해도 다시 한번 망설일 때가 있게 마련이다. 지워야 할 허무맹랑한 인연을 굳이 숙명이라며 포장하여 가슴속에 담아둔다. 볼품없는 연극의 한 장면 같이 숨겨두고 싶은 서툰 삶의 흔적일지라도 이어가고 싶은 충동질의 미련이 남기 때문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