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담의 시

슬픔이여 안녕 / 성담 임상호 슬픔이여 안녕 / 성담 임상호 긴 여름의 낮과 밤마저 짧다고 생애 모든 슬픔을 종일토록 울음으로 채우는 매미. 순간의 아픔이 마치 백 년 인생의 전부인양 북받치는 설움에 속절없이 목놓아 우는 이. 구름만 보이는 하늘은 비만 내릴 것 같아도 구름 뒤편의 하늘은 늘 푸르단다. 이제는 그 슬픔 모두 버리고 희망과 일곱 빛 무지개로 채울 날을 기대해보렴. 더보기
핑계 / 성담 임상호 핑계 / 성담 임상호 어제 그만큼 젖었으면 오늘 하루쯤 쉰다고 어디 덧나는가. 기쁨에 젖고 슬픔에 담뿍 젖고 세상사 시름에 젖는다고 오늘 밤도 젖는다. 내일은 결전을 앞둔 장군처럼 붉은 망토를 걸치고 승리를 위해 드높이 건배 한잔 또 한잔에 젖는다. 더보기
방랑 / 성담 임상호 방랑 / 성담 임상호 가지 끝에 걸린 마지막 잎새처럼 불어닥친 바람에 이끌려 떠나는 방랑. 어깨 기대줄 이 없어도 또한 반겨줄 이 없어도 무작정 발길 옮기는 기대 속의 방랑. 외로움에 지쳐 꺼이꺼이 울고 싶어도 꾹꾹 참고 견디며 한잔 술로 달래 보는 외로운 방랑. 더보기
백 년의 여정 / 성담 임상호 백 년의 여정 / 성담 임상호 인생 백 년의 생애 높다란 반환점을 돌고 돌아 이제는 내리막 향해 발을 내딛는다. 태어날 무렵 나뭇가지 하나 흔들림 없이 숨죽인 고요의 순간에도 고고의 함성이 울렸지. 반백년이 흐른 시점 혼돈의 역사는 휘몰아치는 폭풍우를 동반해 감당치 못할 위기의 순간도 있었지. 이제 다시금 평온의 세계를 향해 남은 인생의 길에 마치 어린아이처럼 조심스레 아장아장 발을 내딛는다. 더보기
장맛비 / 성담 임상호 장맛비 / 성담 임상호 저번부터 줄기차게 내리는 비는 언제쯤이나 멎을런지 아직 모르겠네. 밤새도록 귀엣말처럼 소곤거리는 비의 이야기는 귀담아 들어봐도 진정 모르겠네. 슬픔을 되새겨주듯 내리는 비에 눈시울이 붉어진 건 나뿐만은 아니었네. 하늘마저 울면 기쁜 일만 생각하려 해도 괜스레 지난 추억의 아픔이 더욱 또렷이 기억나네. 더보기
뜨겁던 강촌에서 / 성담 임상호 뜨겁던 강촌에서 / 성담 임상호 뙤약볕이 제철 만나 기승을 부리던 삼복의 중심에 찾은 강촌의 여름. 허리 굽혀 네 잎 클로버를 찾느라고 눈알은 어지러운데 그 모습 귀엽다며 깔깔거리던 계집애. 맘씨 좋은 할머니가 쉬어가라며 바람 잘 통하는 이층을 내어주며 모시떡과 잘 익은 자두를 주셨지. 둘만의 공간에서 할 말은 없고 빨간 자두보다 더 붉어진 얼굴 바라보며 숨까지 턱턱 막히던 그 여름날의 강촌. 더보기
다음 백 년이 지날 무렵 / 성담 임상호 다음 백 년이 지날 무렵 / 성담 임상호 하루를 건너뛰었을 뿐인데 열흘쯤 못 본 것 같아 그립다고 하지. 그 달콤한 세월 이별이라는 쓰라린 과일을 송두리째 삼켜버린 후 세상을 모두 잃은 것 같았지. 지금의 너는 이 고통 모르겠지만 하루 이틀 사계가 바뀌면 백 년을 아파해도 채울 수 없을 거야. 더보기
유무(有無) / 성담 임상호 유무(有無) / 성담 임상호 있을 때는 귀한지 모른다. 수없이 소중하다 백번을 이야기해도 귀담아듣지 않는다. 없을 때는 기쁜지 모른다. 백날을 그리워해도 한 번의 슬픔도 채워지지 않는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