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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담의 시

스승 / 성담 임상호 스승 / 성담 임상호 모처럼 산에 오르는 길에 눈에 익은 정경을 음미하며 자연에 대한 예찬에 마음이 쏠린다. 흔한 연두에 초록뿐이랴 발아래 앙증맞게 피어난 이름조차 생소한 하얀 야생화들의 무리. 햇살조차 피해 간 깊은 숲에는 낯선 이의 방문도 반기며 코를 자극하는 향기에 영혼까지 취한다. 한발 또 한발 내딛는 미지의 세계는 어쩌면 신이 만든 조화에 경이로움의 탄성이 절로 나올 뿐이다. 모난 성격마저 바뀌게 만드는 오묘한 조약돌에서 푸른 이끼를 뒤집어쓴 기이하게 생긴 바위까지. 자연은 소중한 친구이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생의 스승이라 여기며 산을 내려온다. 더보기
훔친 꽃 훔친 꽃 흐드러지게 피어난 들꽃의 무리 중 앙증맞은 한송이를 몰래 훔쳐 마음에 고이 심었다. 은은함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피어올라 온 육신이 향내음 진동한다. 짝사랑에 애태우던 그녀에게 사랑 고백하면 향기에 취해 이 마음 받아주시려나. 더보기
정리 / 성담 임상호 정리 / 성담 임상호 넘실대는 파도를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저절로 트일 것만 같은 저 동해의 바다를 보라. 수평선 너머에서부터 억겁의 세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하얀 포말 앞세워 아무런 말도 없이 줄기차게 밀려오고 밀려간다. 인간 삶의 굴곡진 애착도 욕심도 덧없이 이어지는 사랑의 아픔도 훌훌 털어 실려 보내버리면 삶은 더없이 편하다. 더보기
생각 / 성담 임상호 생각 / 성담 임상호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이 생애 마지막이라고 하면 누구를 생각할까.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 이미 인연의 끈을 놓았어도 늘 곁에 있어주었다고 착각 속에 머무는 사람. 은혜를 입은 사람과 오히려 철천지 원수와도 같은 사람이 떠오르기도 하지. 우연을 인연으로 만든 여러 부류의 사람까지 마지막 길엔 모두 하나같이 생각 속에 머무네. 더보기
여인 / 성담 임상호 여인 / 성담 임상호 향긋한 내음 촉감으로 느끼면 검었던 가지에 어느새 움이 트고 학의 날개 닮은 목련이 핀다. 때로는 정열의 화신인양 붉은 모란으로 생의 존재를 알리며 뭇 사내를 제 품으로 끌어들이기도 하지. 청순한 이미지의 흰 꽃으로 피기도 하다가 여늬 때는 노랑이나 분홍으로 둔갑하기를 몇 차례. 바람이 속절없이 불던 날 짧은 생을 마감하지만 다시금 내년을 기약하지. 꽃이 피고 꽃이 지고 널 기다리는 내 마음속에는 사철 가리지 않고 내내 피고 지고... 더보기
계절의 파수꾼 / 성담 임상호 계절의 파수꾼 / 성담 임상호 퇴색한 검은 산등성이에 연둣빛과 초록이 어우러지고 봄꽃 만발해 부활하는 사계의 첫 내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이. 나긋한 햇살이 음지를 쭈욱 훑고 지나면 숲의 아름드리나무 뒤에 파수꾼처럼 숨어있는 여름이 도사리고 있다. 간간이 내리는 안개비 그치면 뙤약볕으로 무장한 여름이 혜성처럼 무리를 지어 주름진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으로 흥건히 적시겠지. 계절은 그 흔한 소식도 없이 사방에서 물밀듯 쳐들어와 미처 준비 못한 봄을 내년으로 밀어내고 자리 차지한 후 한참을 제왕처럼 군림하겠지. 더보기
임의 목소리 / 성담 임상호 임의 목소리 / 성담 임상호 호젓한 오솔길 홀로 거닐며 상념에 깊이 빠지면 잊힌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부여잡은 손 가슴은 요동치던 날 영혼의 속삭임처럼 나지막이 들려주던 노랫소리. 바람결에 부서지는 산사의 풍경소리는 오늘도 임의 목소리처럼 다정하게만 들리는데. 바라건대 그리움 가득한 이 밤이 새기 전 행여 꿈속에서라도 임을 다시금 볼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어. 더보기
훈풍 / 성담 임상호 훈풍 / 성담 임상호 마치 봄날 불어오는 훈풍과도 같이 따사로운 미소로 다가왔지. 오랫동안 머물 줄 알았는데 역시 바람처럼 스치고 사라진 사람. 때로는 훈풍은 가슴을 겨울날의 삭풍과 같이 얼리고 가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