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칼바람 / 성담 임상호 칼바람 / 성담 임상호 가만히 있어도 땅을 박차고 솟아오른 열기가 주름 깊은 이마에 송골송골 땀을 맺게 한다. 이런 날은 어느 누가 바람마저 잠재운 듯 나뭇가지의 잎새조차도 무게를 잡고 흔들리지 않는다. 살아가는 동안 바람도 바람 나름이라 아린 마음에 칼바람이라도 불면 텅 빈 가슴은 어이하려나. 더보기 별빛이 유영하는 강 / 성담 임상호 별빛이 유영하는 강 / 성담 임상호 명멸하는 네온도 기나긴 밤이 싫증 난 듯 치세웠던 눈꺼풀을 닫고 곤히 잠 청할 시간. 어둠 깃든 밤 창밖으로 암청색 강물은 소리마저도 숨죽인 채 유유히 어제처럼 흘러만 간다. 짝을 이룬 별 둘은 강물에 내려 다정히 유영하는 데 한잔술로 외로움 달래려던 이 몸은 어디로 가야 하나. 더보기 장미 / 성담 임상호 장미 / 성담 임상호 알록달록 십 색의 곱디고운 꽃들이 수틀에 봄을 수놓고 가버린 후 담장 곁엔 빠알간 장미가 화려하게 교대를 한다. 여인네 치마 속처럼 한 겹, 두 겹 겹겹이 쌓여있는 장미의 꽃잎을 살며시 헤쳐보고 싶은 철부지 같은 남정네의 호기심 발동으로 인한 충동이 일었다. 마치 양파 껍질 까듯 장미를 헤쳐봐도 뻔할 수밖에 없는 이슬 담뿍 받은 꽃잎밖에 무엇이 더 있으랴. 공연한 기대 속에 애꿎은 아침이 저만치 간다. 더보기 이별후애 (離別後愛) / 성담 임상호 이별후애 (離別後愛) / 성담 임상호 우연치 않은 만남이 세월 따라 흐른 뒤 조금씩 싸여 사랑이라는 고귀한 꽃이 탐스럽게 피어났지. 빗방울 숫자와 함박눈 개수를 세며 날마다 달마다 그리고 해마다 행복은 높은 산처럼 쌓였지. 그러나 예기치 않은 이별로 많은 시간이 아픔으로 이어져 그 아린 상처는 치유될 수 없어 차라리 입을 다물었지. 무정한 세월이 시냇물처럼 흘러간 후 숙명과 같이 아니 삼류 영화처럼 달콤한 속편이 이어졌지. 사랑은 꿈처럼 아쉽기도 하고 때로는 각설탕처럼 달콤하고 씹고 난 후의 껌처럼 허무한 거야. 더보기 아내 / 성담 임상호 아내 / 성담 임상호 날마다 들여다보아도 늘 거기서 거기처럼 변함없었다. 하루이틀 한 해가 가고 또다시 세월이 가니 주름이 늘었다. 어느 날 잠에서 깨어보니 마치 엄마 같은 여자가 곁에 누워있다. 고왔던 시절은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았는데 세월이 야속하네. 더보기 관계 / 성담 임상호 관계 / 성담 임상호 남과 여 만남이 지속될수록 친근함이 어쩌면 매일 보는 식구들보다 오히려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지. 그러나 맹숭맹숭한 우정을 지속하기보다는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나기도 한다. 막상 친한 사이에서 한발 더 발전할 연인 같은 친구가 되자는 말을 건넨 그 순간 차갑게 식어 헤어질 수도 있다. 남과 여 멀고도 가까운 사이 그러나 가깝고도 먼 사이. 더보기 굶주림 / 성담 임상호 굶주림 / 성담 임상호 나이로 따지면 거의 환갑이 다 될 것만 같은 60년 세월의 어둔 그림자가 예까지 뻗혀 있다 그 시절 하루 두 끼만 먹어도 거덜이 날 것만 같아 울음마저 참아내야 했던 시절이다 소년은 이제 종심을 훌쩍 넘긴 늙은이 대열에 합류하여 굶주리던 그 시절을 떠올린다 원수 같은 돈이 무언지 악착같이 살아보려 피눈물흘리던 시절을 잊을 수 없어 두 주먹 불끈 쥐며 살았다 이제는 굶지 않아도 좋은 세월이어도 배 터지게 먹어도 좋을 시절이지만 아직도 배를 채우지 못한다. 더보기 죽음 맛보기 / 성담 임상호 죽음 맛보기 / 성담 임상호 사후 세계가 뭐 그리 궁금해 죽기 일보직전까지 가보려고 했다네. 목을 반쯤 졸라 캑캑거리다 죽겠구나 싶어 이내 손을 풀었지. 왠지 야릇한 충동에 다시금 목을 졸라 보지만 그리 좋은 일은 아니라네. 스카프로 목을 단단히 조인 여인 어쩌면 그들도 매일같이 죽음 맛보기 하는 것인지... 더보기 이전 1 ··· 77 78 79 80 81 82 83 ··· 1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