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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롱쟁이 / 성담 임상호 재롱쟁이 / 성담 임상호 서너 살 무렵 손주 놈들이 떼로 몰려와 뽀뽀를 한답시고 이마며 양볼에 침만 잔뜩 묻혀놓고 깔깔댄다. 온갖 재롱에 시끌벅적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루가 순식간에 저문다. 하루 이틀 세월의 뒤안길에서 녀석들은 어느새 의젓해지고 할아비 주름은 깊어지고... 그때가 좋았지 달려들어 뒹굴고 엎어지고 웃음소리 자지러지게 귓전 때리던 그날... 더보기
천둥번개 / 성담임상호 천둥번개 / 성담임상호 우르릉 쾅 번개가 치고 삼초 후 대지를 가를 듯한 천둥소리 고막 찢듯 들려옵니다. 봄꽃 지천으로 피던 날의 새벽 소중한 피붙이는 소리와 함께 하늘나라로 떠납니다. 슬픔을 느낄 수 있는 시간마저 앗아간 그 새벽이 강산이 변하고 다시 변해도 잊지 못합니다. 봄은 다시 오고 꽃은 다시 피는 사월인데... 더보기
비 내리는 오후 / 성담 임상호 비 내리는 오후 / 성담 임상호 태양은 구름 뒤에 숨어 그 흔한 노을마저도 감추고 지평선 너머로 존재도 없이 사라진 잿빛 오후. 비바람에 잎새는 흔들리며 장단 맞추면 가지 위 홀로 남아있던 새는 임 그리워 노래 부른다. 하념 없이 내리는 비에 떨어지지 않는 발길 옮기는데 미련 때문에 다시금 고개 돌려 임의 모습 그려보네. 그리움은 한없이 사무쳐 부르는 노래마저 목울대를 넘지 못해 서글픔만 메아리로 남는다. 더보기
천년후애(千年後愛) / 성담 임상호 천년후애(千年後愛) / 성담 임상호 똥밭에서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고 마음의 상처가 있어도 아린 아픔이 송두리째 밀려와도 참기로 했지. 각설탕 한 개를 입에 넣고 단물이 한꺼번에 빠지지 않게 조금씩 조금씩 녹여 아픈 하루를 달콤하게 지내고 싶었지. 어긋난 우리의 인연 그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낙담하거나 그로 인해 죽고 싶어 엉엉 소리 내어 울기는 싫었지. 천년이 지난 후 다시 널 만난다면 가슴 아픈 기억 없애고 사랑할 수 있을까 천년후애(千年後愛)... 더보기
세월 / 성담 임상호 세월 / 성담 임상호 구름 노니듯 졸졸 시냇물 흐르듯이 세월이 갑니다. 덧없이 가는 세월이 때로는 더디고 또 어떨 때는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갑니다. 어서어서 가라던 시간은 이젠 가지 마라 가지 마라 해도 아쉽게 가버립니다. 연륜에 따라 사뭇 다르듯이 물 쓰듯 써버린 소중한 세월이 못내 그립습니다. 다시 시간이 갑니다 금쪽같은 세월이 가면 덩달아 사랑하는 사람도 곁을 떠납니다. 더보기
정점 / 성담 임상호 정점 / 성담 임상호 이 세상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누려볼 만한 것 다 누리고 살았다. 물 흐르듯 거스름 없이 살았고 정점에 이르러 내려다보니 세상은 발아래다. 더 많은 욕심일랑 내려놓고 독야청정 천하를 누비러 유유자적하리라. 더보기
레코드 판 위의 생 / 성담 임상호 레코드 판 위의 생 / 성담 임상호 흔들어주는 요람의 갓난아이처럼 레코드판 위의 바늘과도 같이 마냥 조심스럽다. 검정 원반 위 좁다랗고 동그란 골목길을 튀지 않고 한발 한발 조심조심 걸어야 정해진 곡조에 맞춰 걷는 길이다. 반백년은 벌써 지났고 그 반백년의 절반마저 살아온 종심의 나이에서 이탈하지 않고 지금껏 살았어도 서툴다. 나머지 생애도 마음과 달리 직선으로 걷지 말고 싫증이 나더라도 둥근 길을 아름답게 걸었으면 좋으련만... 더보기
휘파람 소리 / 성담 임상호 휘파람 소리 / 성담 임상호 목멘 기적 소리와 함께 야간열차가 정거장에 멎자 스카프를 두른 여인이 창가 의자에 앉는다. 창밖을 주시하는 여인의 커다란 눈에는 이미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머잖아 울음이 터질 것만 같다. 슬플 때마다 휘파람 불며 달래주던 임은 하필 이 밤에 이별 고하며 야멸차게 떠나갔다. 어디선가 들리는 휘파람 소리 임은 이미 가버린 이 밤에 환청처럼 휘파람 소리만 들린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