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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의 소나타 / 성담 임상호 여명의 소나타 / 성담 임상호 아직 잠들지 못한 초승달과 별들이 내려와 전깃줄에 앉았다. 바람이 지휘자처럼 다가와 이리저리 휘젓고 갈 때마다 달과 별은 음표가 되어 천상의 소리 들려온다. 자신의 터전을 그들에게 빼앗긴 참새떼가 몰려와 시위 대신 관객이 되어준다. 더보기
모닥불 / 성담 임상호 모닥불 / 성담 임상호 그대 사랑하는 마음은 한없이 뜨겁게 달아올라 모닥불처럼 피었지요. 활활 기나긴 시간 타오르다 한 줌의 숯으로 남았어도 오직 그대 향한 마음은 변함이 없었지요. 다시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타오르다 영원히 사그라지는 재가 된다 해도 후회하지 않겠어요. 더보기
우체통 / 성담 임상호 우체통 / 성담 임상호 감옥이 따로 없었지요 가녀린 내 몸 위로 온갖 잡연놈들의 사연 차곡차곡 쌓여 숨조차 쉴 수 없었어요 하룻밤 시달린 끝에 겨우 아침의 햇살 보며 긴 숨을 쉬었지요 이젠 그리운 사연 빼곡히 담고 당신에게 달려갈 거예요 그리운 당신 보고픈 당신 그나저나 당신의 번지수는 맞으려나? 더보기
빨강 / 성담 임상호 빨강 / 성담 임상호 담장 가득 빨간 장미의 매혹스러운 꽃잎에 점점이 수를 놓듯 영롱하게 맺혀있는 아침. 둥둥둥 새빨간 태양이 아침을 열고 붉은 노을이 황혼을 예찬하듯 종일토록 하루를 이어간다. 젊음의 상징처럼 정열의 불꽃을 피우듯 한밤의 열기 속에 어우러지는 추억 어린 모닥불 향연. 늘 마음속에 담아 붉은 무리 중 군계일학 같아 밤과 낮 언제라도 탐하고 싶은 사랑스러운 그대의 입술. 더보기
말벗 / 성담 임상호 말벗 / 성담 임상호 살다 보면 딱히 좋은 일들만 늘 있으라는 법도 없으니 어쩌다 외로울 때 말벗이 되어달라 했었지. 말벗뿐만이 아니라 쓸쓸할 때 술벗이라도 쾌히 되어주겠노라는 말에 만남은 이어졌지. 외롭지도 그다지 쓸쓸하지도 않은 날들이 꽤나 많았는데 이젠 만나지 않으면 핑계처럼 괜히 서글픈 시간이 오네. 더보기
불면(不眠) / 성담 임상호 불면(不眠) / 성담 임상호 날마다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달콤한 잠 청해보려는 안타까운 청춘. 사방은 적막 속에 파묻혀 고이 잠들었지만 어이해 홀로 불면에 시달리는가. 그러나 불면은 아직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신의 축복이다. 더보기
지붕 없는 집 / 성담 임상호 지붕 없는 집 / 성담 임상호 들녘의 아름답던 그 봄에 취한 기억이 몇 해를 두고 잊을 수 없어 뇌리에 담아두었네. 그 들녘 찾아오는 이 없어도 밖의 풍경 바라볼 수 있도록 창문은 사방 빙빙 둘러 크게 내고 지붕은 없앨 것이네. 그래야 가끔 별무리 중 두엇이 한잔 술에 흔한 우정이라도 쌓듯 내 집으로 올 것 아니겠는가. 더보기
어둠 속에 피는 꽃 / 성담 임상호 어둠 속에 피는 꽃 / 성담 임상호 초저녁 엄마의 뜨락엔 앙증맞은 분꽃이 줄줄이 나팔을 불듯 피었는데 밤이 되니 달맞이꽃도 피네. 밤이 깊어갈수록 세상은 고요만이 깃들고 우물가엔 바람이 보초를 서듯 잠시 머물고 간다. 아낙들이 이야기꽃을 피며 물 길어 간 후 반쯤 담긴 두레박에는 작은 별과 초승달이 내려와 헤엄을 치고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