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해탈 / 성담 임상호 해탈 / 성담 임상호 오뉴월 내리쬐는 태양이 인내를 시험하던 날 운길산 정상 지르밟고 구부러진 길 따라 내려왔네. 한밤에 바위 굴 물 떨어지는 소리가 종소리 닮았다 하여 세조가 지었다는 수종사 경내 삼정현에 들러 차를 마셨네. 해탈의 문이 있어 마음 씻을 양으로 문턱 닳도록 몇 번을 들락거려도 속세에 찌든 마음 거를 길 없네. 그깟 마음하나 쉽사리 내려놓지 못하니 이를 어쩌랴. 더보기
청원 / 성담 임상호 청원 / 성담 임상호 시계는 저녁 7시 30분 저녁식사 시간이 지났지만 버릇처럼 옹기종기 하나둘씩 모여 앉았다. 텅 빈 식탁 둘레에 핏기 마른 식솔들이 혹여 목 넘길 일이라도 있을까 하여 서로의 얼굴만 쳐다본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한 모금의 물로 때우고 깡마른 무릎 세워 잠자리 찾아 초저녁 잠을 청한다. 헐벗은 영혼이 허기진 저녁과 입맞춤하듯 애잔한 사연에 발길 멈춰 연민의 눈길 보낸다. 하늘이시여 이들의 주린배를 채워주소서 그들의 눈물을 거둬주소서 오늘도 어제와 같은 청원을 한다. 더보기
평화로운 하루 / 성담 임상호 평화로운 하루 / 성담 임상호 우수수 별들이 떨어진 새벽이 물러가면 바람에 흔들리던 뜨락의 푸른 줄기엔 꽃몽우리 열어 붉은 꽃들이 아침을 맞는다. 햇살이 어둔 구석을 하나둘 셈을 세듯 너른 마당을 골고루 비추면 선잠 물린 강아지도 산책길에 나선다. 들녘을 스친 바람이 숲의 가지마저 흔들어 깨우면 그제야 하루의 시작을 알게 된 새들이 날개를 펴고 하늘로 솟아오른다. 포근한 엄마의 품에서 단잠에 빠졌던 돌배기 꼬맹이는 새근새근 잠에서 깨어나 천진난만한 미소도 꽃처럼 피어난다. 더보기
바램 / 성담 임상호 바램 / 성담 임상호 내가 만일 밤하늘 총총히 수놓는 은빛 찬연히 빛나는 별이 된다면 기나긴 밤 하얗게 지새우는 그대의 말벗이 되어주리. 내가 만일 한 송이 꽃이 된다면 그대 가슴에 안겨 종일토록 심장 뛰는 소리에 파묻혀 설렘으로 지내고 싶다오. 난 그저 아무도 없는 들녘의 벌판에서 그대의 팔베개로 두런두런 이야기 주고받으며 행복이라는 꿈을 꾸어도 좋겠소. 더보기
한밤의 블루스 / 성담 임상호 한밤의 블루스 / 성담 임상호 쇠퇴한 태양의 한줄기 오후의 햇살마저도 피하고 싶어 음지의 담벼락 곁을 바짝 붙어 길을 거닌다. 왠지 낯설지 않은 골목은 그 언제인가 한잔 술에 비틀거리며 허우적대던 기억을 소환하던 그날의 밤거리와 닮았다. 부르고 또 불러도 들리지 않을 이름 수없이 반복하며 짐승처럼 울부짖듯 차가운 눈물 흘리던 그 밤을 어이 잊을 수 있나. 이제는 사라져 버린 옛 추억의 조각들이 발길에 차여 이리저리 어둠 속으로 흩어져 흔적조차 없어진 그날의 밤. 더보기
길 / 성담 임상호 길 / 성담 임상호 어둠이 점점 짙어지는 밤길 달빛 한줄기에 의지한 채 길을 걷는다. 야밤에 피어난 샛노란 달맞이꽃이 어둠 속에서 미소를 띠며 반겨주는 것만 같아 외로움을 잊는다. 한발 두발 내딛는 길이 정녕 생애 마지막이라 생각하면 발을 뗄 때마다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오늘 걷는 이 길이 반백년 지나 백 년 향한 희망만 존재한다면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 하겠네. 더보기
그해 오월 / 성담 임상호 그해 오월 / 성담 임상호 우연을 가장한 핑계 같은 만남의 지속으로 어쩌면 백 년의 숨결 같이하자 유혹의 눈길을 던졌지. 봄날의 훈풍처럼 그녀의 뺨을 스치고 온 바람이 살며시 다가와 귀엣말을 전하고 간다. 때 묻지 않은 청초한 여인의 알싸한 향이 마음 깊은 곳에 맞닿으면 가슴은 방망이질을 해댔지. 백 년의 삶 돌이켜 생각하면 그 오월이 내게만 다가선 것 같아 다시 되뇌어도 좋기만 하네. 우연을 가장한 핑계 같은 만남의 지속으로 어쩌면 백 년의 숨결 같이하자 유혹의 눈길을 던졌지. 봄날의 훈풍처럼 그녀의 뺨을 스치고 온 바람이 살며시 다가와 귀엣말을 전하고 간다. 때 묻지 않은 청초한 여인의 알싸한 향이 마음 깊은 곳에 맞닿으면 가슴은 방망이질을 해댔지. 백 년의 삶 돌이켜 생각하면 그 오월이 내게만 다가.. 더보기
정중동(靜中動) / 성담 임상호 정중동(靜中動) / 성담 임상호 바람 불어 깊은 산속의 풍경 뎅그렁 울리면 가지 위 졸던 새는 화들짝 놀라 허공으로 솟아오른다. 찬연한 별들의 무리가 삼삼오오 옹기종기 물놀이하던 시냇물의 졸졸거림도 고요해진다. 세상만사 잠든 적막의 밤 들녘 야생화는 선잠 물린 채 가녀린 봉오리 열어 한 송이 꽃 피우느라 여념 없다. 분주한 하루는 야심한 밤 곤하게 잠든 아가의 새근거림처럼 그칠 줄 모른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