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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담의 시

아내 / 성담 임상호 아내 / 성담 임상호 날마다 들여다보아도 늘 거기서 거기처럼 변함없었다. 하루이틀 한 해가 가고 또다시 세월이 가니 주름이 늘었다. 어느 날 잠에서 깨어보니 마치 엄마 같은 여자가 곁에 누워있다. 고왔던 시절은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았는데 세월이 야속하네. 더보기
관계 / 성담 임상호 관계 / 성담 임상호 남과 여 만남이 지속될수록 친근함이 어쩌면 매일 보는 식구들보다 오히려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지. 그러나 맹숭맹숭한 우정을 지속하기보다는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나기도 한다. 막상 친한 사이에서 한발 더 발전할 연인 같은 친구가 되자는 말을 건넨 그 순간 차갑게 식어 헤어질 수도 있다. 남과 여 멀고도 가까운 사이 그러나 가깝고도 먼 사이. 더보기
굶주림 / 성담 임상호 굶주림 / 성담 임상호 나이로 따지면 거의 환갑이 다 될 것만 같은 60년 세월의 어둔 그림자가 예까지 뻗혀 있다 그 시절 하루 두 끼만 먹어도 거덜이 날 것만 같아 울음마저 참아내야 했던 시절이다 소년은 이제 종심을 훌쩍 넘긴 늙은이 대열에 합류하여 굶주리던 그 시절을 떠올린다 원수 같은 돈이 무언지 악착같이 살아보려 피눈물흘리던 시절을 잊을 수 없어 두 주먹 불끈 쥐며 살았다 이제는 굶지 않아도 좋은 세월이어도 배 터지게 먹어도 좋을 시절이지만 아직도 배를 채우지 못한다. 더보기
죽음 맛보기 / 성담 임상호 죽음 맛보기 / 성담 임상호 사후 세계가 뭐 그리 궁금해 죽기 일보직전까지 가보려고 했다네. 목을 반쯤 졸라 캑캑거리다 죽겠구나 싶어 이내 손을 풀었지. 왠지 야릇한 충동에 다시금 목을 졸라 보지만 그리 좋은 일은 아니라네. 스카프로 목을 단단히 조인 여인 어쩌면 그들도 매일같이 죽음 맛보기 하는 것인지... 더보기
해탈 / 성담 임상호 해탈 / 성담 임상호 오뉴월 내리쬐는 태양이 인내를 시험하던 날 운길산 정상 지르밟고 구부러진 길 따라 내려왔네. 한밤에 바위 굴 물 떨어지는 소리가 종소리 닮았다 하여 세조가 지었다는 수종사 경내 삼정현에 들러 차를 마셨네. 해탈의 문이 있어 마음 씻을 양으로 문턱 닳도록 몇 번을 들락거려도 속세에 찌든 마음 거를 길 없네. 그깟 마음하나 쉽사리 내려놓지 못하니 이를 어쩌랴. 더보기
청원 / 성담 임상호 청원 / 성담 임상호 시계는 저녁 7시 30분 저녁식사 시간이 지났지만 버릇처럼 옹기종기 하나둘씩 모여 앉았다. 텅 빈 식탁 둘레에 핏기 마른 식솔들이 혹여 목 넘길 일이라도 있을까 하여 서로의 얼굴만 쳐다본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한 모금의 물로 때우고 깡마른 무릎 세워 잠자리 찾아 초저녁 잠을 청한다. 헐벗은 영혼이 허기진 저녁과 입맞춤하듯 애잔한 사연에 발길 멈춰 연민의 눈길 보낸다. 하늘이시여 이들의 주린배를 채워주소서 그들의 눈물을 거둬주소서 오늘도 어제와 같은 청원을 한다. 더보기
평화로운 하루 / 성담 임상호 평화로운 하루 / 성담 임상호 우수수 별들이 떨어진 새벽이 물러가면 바람에 흔들리던 뜨락의 푸른 줄기엔 꽃몽우리 열어 붉은 꽃들이 아침을 맞는다. 햇살이 어둔 구석을 하나둘 셈을 세듯 너른 마당을 골고루 비추면 선잠 물린 강아지도 산책길에 나선다. 들녘을 스친 바람이 숲의 가지마저 흔들어 깨우면 그제야 하루의 시작을 알게 된 새들이 날개를 펴고 하늘로 솟아오른다. 포근한 엄마의 품에서 단잠에 빠졌던 돌배기 꼬맹이는 새근새근 잠에서 깨어나 천진난만한 미소도 꽃처럼 피어난다. 더보기
바램 / 성담 임상호 바램 / 성담 임상호 내가 만일 밤하늘 총총히 수놓는 은빛 찬연히 빛나는 별이 된다면 기나긴 밤 하얗게 지새우는 그대의 말벗이 되어주리. 내가 만일 한 송이 꽃이 된다면 그대 가슴에 안겨 종일토록 심장 뛰는 소리에 파묻혀 설렘으로 지내고 싶다오. 난 그저 아무도 없는 들녘의 벌판에서 그대의 팔베개로 두런두런 이야기 주고받으며 행복이라는 꿈을 꾸어도 좋겠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