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담의 시 썸네일형 리스트형 저녁놀 / 성담 임상호 저녁놀 / 성담 임상호 인적 없는 숲길을 홀로 거닐 때 짧은 해는 이윽고 산너머로 발길을 옮긴다. 사방은 순식간에 어둠 밀려오고 외로움은 한층 더 허전한 가슴 찌르는 것만 같아. 땅거미 지는 저녁 노을도 붉게 충혈되어 울음 삼키며 떠나가지만 격한 외로움은 그 누가 달래주나. 더보기 기다림 / 성담 임상호 기다림 / 성담 임상호 종일토록 오지 않는 간이역에서 방금 떠나보낸 열차의 기적소리 여운만 남았는데 그래도 버리지 못할 미련. 하루 이틀이 속절없이 지나고 다시 백 년의 세월이 걸린다 해도 떠난 뒤의 그 모습만 바라보며 묵묵히 기다리는 마음. 아무런 기약도 없는 기다림 속에서도 마치 한사코 잊지 못할 연인을 품에 안고 사는 듯 무한정 가슴앓이를 하는 삶. 기다림은 가냘픈 한가닥 버릴 수 없는 미련 때문에 떨쳐버리지 못한 수수께끼 같은 어떤 삶의 연속인 것을... 더보기 뜨거운 연인들 / 성담 임상호 뜨거운 연인들 / 성담 임상호 밍밍한 푸른 하늘에 흰구름이 구애하듯 구도를 잡아 평화로이 떠 있고 따가운 햇살은 머리 위를 감돌고 있다. 우물가 붉은 단풍나무에 바람이 불어 소곤거리며 앉아있던 새들은 신혼처럼 짝을 이뤄 허공으로 솟구친다. 다정히 팔짱 끼고 걷던 젊은 커플도 이에 질세라 인적이 드문 길에서 서로의 입술을 포갠다. 샛노란 금계국도 부끄럼 모른 듯이 서로의 몸 얼싸안고 뜨거운 여름에 한바탕 춤사위를 펼친다. 더보기 낙서 / 성담 임상호 낙서 / 성담 임상호 볼펜 한 자루 사려고 문방구에 가서 메모지에 제멋대로 쓰다가 무심결에 너의 이름을 적었지. 혹여 누가 볼세라 주위를 둘러보다 아무도 못 알아보게 북북 지우고 성급히 계산대를 나섰네. 지우고 다시 지웠지만 새록새록 뇌리에 박힌 너의 이름 석자 이제는 잊기엔 너무 익숙한 이름. 더보기 광란의 춤 / 성담 임상호 광란의 춤 / 성담 임상호 한눈팔 여유도 없이 지금껏 꾸밈없이 우직하게 살아온 한낱 번데기에서 날개 달고 솟구치는 꿈같은 삶을 살고픈 충동이 생긴다. 하여금 팔색조처럼 빨강, 노랑, 파랑 강렬한 원색의 차림새로 위장한 채 떡하니 가로막은 장벽의 허들을 넘는다. 세월을 뛰어넘으려는 늙은이가 펼치는 마지막 몸부림처럼 삐걱거리는 관절 일으켜 세워 곡조에 장단을 맞춘다. 현란한 조명아래 맘껏 무대를 누비다 숨이 막혀 허우적거리다 기어코 쓰러지고야 마는 마지막 춤이 조명과 함께 꺼진다. 더보기 고향생각* / 성담 임상호 고향생각* / 성담 임상호 담장 밑 뜨락에는 시집갈 나이의 처녀 볼처럼 발갛게 꽃을 피워내는 봉숭아가 있었다. 엄마는 그 고운 잎을 따서 짓이겨 여동생 셋의 고사리 같은 손가락에 단단히 매어주었다. 여름해는 저녁참에도 질 줄 모르는지 여전히 따사로운 햇살을 감추지 않았다. 저녁때가 되었는데도 밥상은 나오지 않아 굶주린 배를 채우지 못해 하모니카를 들어 "고향생각"을 불었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 내 동무 어디 두고 이 홀로 앉아서 이일 저 일을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배고픔이 잠시 멎었다. 내일쯤이면 여동생들의 손가락이 빨갛게 물들 테지. * 고향생각: 현제명 작사/작곡 더보기 칼바람 / 성담 임상호 칼바람 / 성담 임상호 가만히 있어도 땅을 박차고 솟아오른 열기가 주름 깊은 이마에 송골송골 땀을 맺게 한다. 이런 날은 어느 누가 바람마저 잠재운 듯 나뭇가지의 잎새조차도 무게를 잡고 흔들리지 않는다. 살아가는 동안 바람도 바람 나름이라 아린 마음에 칼바람이라도 불면 텅 빈 가슴은 어이하려나. 더보기 별빛이 유영하는 강 / 성담 임상호 별빛이 유영하는 강 / 성담 임상호 명멸하는 네온도 기나긴 밤이 싫증 난 듯 치세웠던 눈꺼풀을 닫고 곤히 잠 청할 시간. 어둠 깃든 밤 창밖으로 암청색 강물은 소리마저도 숨죽인 채 유유히 어제처럼 흘러만 간다. 짝을 이룬 별 둘은 강물에 내려 다정히 유영하는 데 한잔술로 외로움 달래려던 이 몸은 어디로 가야 하나. 더보기 이전 1 ··· 73 74 75 76 77 78 79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