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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담의 시

호기심 / 성담 임상호 호기심 / 성담 임상호 초승달이고즈넉한 밤길에가녀린 빛을 내리며 홀로산책길에 나섰다 때맞춰 부는바람에 화들짝 놀란꽃들이 달을 보며 반가이손을 흔든다 그들의은밀한 몸가짐을 바라보던작은 은빛 별의 무리들이귀를 쫑긋하고 있다 무심코 길 거닐던나그네도 발길 멈춘 채 이들의행태를 눈여겨보고 있다. 멋쩍은호기심이 밤을 하얗게 지새운다. 더보기
입술 / 성담 임상호 입술 / 성담 임상호 닫혔던혀를 움직이면 입술이셧터처럼 닫히고 열려서말을 하고 듣게 된다 퉁명스러운감정을 실어 나르면앙금처럼 가라앉아있던분통이 터지기도 하고때론 기분이 극대치로 올라도파민이 높아진다 어디 그뿐이랴 입술과 입술이서로 만나면 수다를 떨 것이라지레짐작하지만 그 순간의희열은 어찌 감당하랴. 더보기
별을 낚는 밤 / 성담 임상호 별을 낚는 밤 / 성담 임상호 어둠이숲 속의 나무들 첩첩 쌓이듯짙은 밤이었다 책상머리에 오래도록 앉아있었기에지루함을 쫓으려 물 한 바가지대야에 받았다 물 반, 별 반대야에 가득 담긴 초롱초롱빛나는 별을 낚는 재미에 빠져헤어나지 못했다 이대로 밤 지새워도순진무구 어린아이처럼마냥 속세를 벗어난 해방감으로삶을 마감해도 좋겠네. 더보기
정화(淨化) / 성담 임상호 정화(淨化) / 성담 임상호 예고도 없이한바탕 쏟아지는 폭우에흙탕물이 되었으나시간이 가면 다시금 원래대로맑은 물이 된다 굴곡의 세상살이에찌들다 보면 고요하던 마음도온갖 것들이 들쑤시는 바람에정신의 갈피를 잡지 못한다 가실 줄 모르는번뇌에서 가부좌를 틀고면벽수행 하듯 정신 가다듬고이글거리는 분노를 참노라면마음의 평정을 찾을 것이다 휩쓸고지나가는 것은 매 순간순간에잠시 지날 뿐이기 때문이다. 더보기
도움 / 성담 임상호 도움 / 성담 임상호 아장아장 걸음마를 뗄 무렵온 가족이 지켜보는 보살핌 속에아이는 곧 걷게 된다 말을 배우고 행동을 배우고세상의 이치를 홀로 터득하기까지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더욱 성숙해진다 어른이 되어서도숱한 좌절을 겪으며 세상살이에눈을 뜨고 다시금 자신만의좌표를 세워 나간다 그러나 레코드판이바늘에 걸려 나아가지 못할 때누군가 다시 고쳐주어야 올바르게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쉽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까닭이다. 더보기
빛나는 핏방울 / 성담 임상호 빛나는 핏방울 / 성담 임상호 일천미터고산준령을 누비던 젊음의시절이 있었다 턱밑까지차올라 폐활량의 최대치까지헉헉대며 이산 저산을동네 뒷산 오르듯 하였지 정상의표지석에서 바라보며지금껏 올라온 과거지사를다시 한번 떠올렸다 이곳까지올라오는 동안 무뎌진 칼날을예리하게 다듬은 뒤 손을 대니핏방울이 송골송골 솟는다 아직 쓸만한 칼이니남은 세상살이는 걱정 없겠다. 더보기
백치 애인 / 성담 임상호 백치 애인 / 성담 임상호 세상물정 모르고 사는 여인은어쩌면 이 세상 그 누구보다행복하겠지 꽃피는 봄날 뒷산에흐드러지게 핀 진달래꽃만보여줘도 입이 귀에 걸리지 굳이 칼질하지 않아도 좋고그저 한 끼 배만 채워도 흥얼흥얼콧노래가 절로 나오지 번쩍이는금은보화 대신 토끼풀꽃 엮어손가락에 끼워주면 그 무엇보다좋아 죽겠다는 여인 그윽이 내리는 달빛에 취해입을 헤벌리며 품속을 파고드는지고지순한 백치 애인. 더보기
봄 / 성담 임상호 봄 / 성담 임상호 아쉬움이오래 남아 그냥 덮어두지 않고한해를 기다리면 다시금만나리라는 간절함에 널 묻어두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렸었지 남녘에서불어오는 훈풍에 한 겹 씩 벗겨져너를 본다는 설렘이 가슴을요동치게 만드는구나 춘삼월몽메이게 기나긴 잠에서 하양, 노랑, 분홍, 빨강에 이르기까지한순간에 모두 깨어났구나 수줍음 가득한 몽우리 젖히고탐스러운 꽃잎 열어 더없는 기쁨으로연인들의 재회를 하듯 한걸음또 한걸음 곁으로 다가오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