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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담의 시

시절 그 시절 / 성담 임상호 시절 그 시절 / 성담 임상호 뭐가 그리도 좋은지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마음이 싱숭생숭하던 시절그런 때가 있었다 어쩌다 두 손을마주 잡으면 심장은 쿵쾅쿵쾅얼굴은 발갛게 상기되던시절이 있었다 매서운 바람이 불던 시절차가운 손을 잡아 주머니에함께 넣고 걸으면 마치 하늘의별을 딴 순간 같던 시절 토끼풀꽃 엮어희디흰 손가락에 끼워주면더없이 행복하던 시절별똥별을 주워 목걸이라도해주고 싶던 시절 그 시절... 더보기
순리 / 성담 임상호 순리 / 성담 임상호 남녘에서불어오는 바람이 꽁꽁 언얼음에 입을 맞추고 지나면어김없이 봄이 온다 가지마다징그러운 벌레처럼 움이 돋운 뒤라야 아름다운꽃이 피게 된다 얼어붙었던남과 여도 기다렸다는 듯이때를 맞추어 고운 꽃 닮은연서를 주고받는다 쇄빙선이얼음 깨고 봄이 마음 열어꽃을 잉태하듯 남녀의 사랑도계절을 타게 마련이다. 더보기
동행 / 성담 임상호 동행 / 성담 임상호 그리바쁠 것도 없는 세상이기에밍기적밍기적 해거름의들길을 거닌다 기왕이면바람도 함께 동행하자며 마침가지와 생이별한 가랑잎을앞세워 길을 가잔다 구부정한 길 가는데 적막 속그 옛날 귀에 익은듯한 가사의구슬픈 소리 들려온다 어제처럼해는 지고 다시 어둠 깃들어인적도 없는데 하모니카 소리만귓가에 맴돈다 한참을 지나온 길애달픈 소리 여전히 뒤따라온다. 더보기
반백 년 전 즈음 / 성담 임상호 반백 년 전 즈음 / 성담 임상호 반백 년 전 즈음그 시절엔 마치 소나무 껍질같이깊은 주름이 맺힐 것이라생각이나 해봤겠느냐 해맑은 모습으로제 짝을 만나 백 년을 하루처럼꽃길만 걷겠거니 하였지만꿈속에서의 일이었지 악다구니 치는매일매일을 순간순간 후회하며또다시 반복되는 일상을상상이나 하였겠느냐 반백년그 시절 다시 봄꽃 단장하고다가온다면 과연 지난시절처럼후회 없이 살아가겠느냐. 더보기
달빛 / 성담 임상호 달빛 / 성담 임상호 별빛보다은근히 빛을 내리는 달빛은왠지 친근감이 더하다 고즈넉한달빛 아래 노란 꽃잎을 열어화답하는 달맞이꽃은한 폭의 그림 같다 어디 그뿐이랴가녀린 달빛에도 마치가지마다 알전구를 켠 듯이하얀 목련을 보라 하지만그 달빛 받으며 외로이 걷는나그네는 왠지 애잔함이 묻어서글픔으로 다가오네... 더보기
글쟁이 / 성담 임상호 글쟁이 / 성담 임상호 소스라치게놀라 잠결에서 깨어보면시간은 늘 새벽이다 습관처럼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냉수 한 사발로 다시 하루의주어진 일과가 시작된다 어둠을 쪼개고 쪼아그 속에서 단어 하나 캐내고또다시 한 단어를 뽑아글을 만든다 안되면 안 되는 대로된다 싶으면 그대로 다듬어오늘도 하루치의 식량으로주린배를 채울 것이다. 더보기
모란이 질 때 / 성담 임상호 모란이 질 때 / 성담 임상호 임이 떠나신 뒤들녘의 붉은 모란은바람으로 인해 종일토록흔들리는 듯하였지요 나는 서글퍼울고 싶었지만 터져 오르는울음을 꾹꾹 눌러 참으며다음을 기약하였답니다 겨우내 보이지 않던 주홍부리 새도농익은 봄이 되자 떠났던가지 위를 찾더군요 만남과 이별이교차하는 순간이야 가슴 시려도세월의 흐름 따라 절로 잊히면아픔도 참을만하니까요. 더보기
변신 / 성담 임상호 변신 / 성담 임상호 뾰족한 칼 같던호수의 언저리에 살얼음이아무도 모르게 보이지도 않는봄바람에 꽁무니를 감췄다 물감이 없어온통 검은색으로 수놓던산과 숲의 나무들이 언제인가움 돋기를 시작했다 거대하던 산과 들이녹색 물감을 풀어 야금야금변두리부터 칙칙한 가면을 벗고화려하게 변신 중이다 얼어붙었던 초조함이불현듯 사라지고 마음속에도절망대신 희망의 새봄을 잉태한화신(花神)이 들어앉았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