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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담의 시

갈대 / 성담 임상호 갈대 / 성담 임상호 하늘에 별이총총히 빛나는 밤이면 갈대는무엇이 그렇게 서러운지끼리끼리 기댄 채 울고 있다 갈대는가녀린 바람결에도 온몸 흔들어휘파람을 불듯 암청색 밤의적막을 깨며 흐느낀다. 지나던 바람이 발길 멈춰흐느낌에 동참하려는 듯잠시 쉬노라면 갈대의 흐느낌은절정에 달해 엉엉 운다 동병상련짝 잃은 새 한 마리 갈대의슬픈 노래를 마저 듣지 못하고허공으로 솟구쳐 날아간다. 더보기
사랑의 법칙 / 성담 임상호 사랑의 법칙 / 성담 임상호 단한 사람만 죽도록 사랑하다후회 없이 생을 마감 짓는다면그 얼마나 행복할까 이별이란우리 사이에 없는 것이라고귀에 못이 박히도록 전했건만아무런 소용이 없다 마주할 그때는세상의 그 어떤 사람보다 진정사랑했지만 등 돌리면 영원한남남이 된다 헤어지는순간에도 차마 등 돌리기 싫어떠나는 이의 뒷모습을 바라본다고그 사랑이 과연 남아있을까. 더보기
잠 / 성담 임상호 잠 / 성담 임상호 일산 암센터복도의 마지막 병실에누이는 6개월짜리 손녀를가슴에 안고 웃고 있다 이런저런이야깃거리를 미대를 나온딸내미가 삽화를 그린 자신의첫 수필집이 출판되었다고내게 건네며 웃고 있다 다음날 새벽누이는 그가 살아온 날의 모든행복 간직한 채 식구들이 가득한병실에서 곤히 자고 있다 잠은 누이에게아무런 근심걱정 없이세상 편안함을 모두 주었는지하늘로 가는 순간까지깨어나지 않았다. 더보기
외로운 늑대 / 성담 임상호 외로운 늑대 / 성담 임상호 피를 나눈 혈육들의서식지를 훌훌 벗어나 자유분방한나그네가 되어 맘껏 낯선 천지를유유자적 유랑하고 싶네 외로움에 지친 생활로 인해가끔씩 목울대를 열어 소리 높여엉엉 울고 싶어도 꾹꾹 눌러 참으며굳센 존재의 이유를 알리고 싶네 어느 날 떠오른 저 달이임의 모습을 빼닮아 한사코못 견디게 보고 싶거든 숲을 내달려능선으로 치닫아 컹컹 울부짖으며애써 눈물마저 참으려 하네 둥근달이 떠오르면무리가 못내 그립기도 하겠지만떠돌다 지쳐 쓰러진 곳에 벌러덩 누어그대로 안주하고 싶네. 더보기
꽃씨를 심고 / 성담 임상호 꽃씨를 심고 / 성담 임상호 추억은 오래될수록슬픔과 아린 상처는 아픔은 눈 녹듯사라지고 아름다웠던 순간만을기억하고 있네 즐거움과 행복의 시간들이줄이어 피워낸 꽃이 마음의 화분을화사하게 채우고 덩달아 미소도함께 피던 예전의 풋풋한 시절 그날을 떠올리며마음의 뜨락에 임 닮은 작은 씨앗 한 톨 심어 곧이어 찾아올꽃피는 봄을 기다리네 언젠가꽃들이 피어나면 혹여 우리의지난날들의 기억 되뇌며 그 곱던임의 얼굴에도 웃음꽃 피어나기를... 더보기
시인의 삶 / 성담 임상호 시인의 삶 / 성담 임상호 아픔을 동반한고통도 배고픔의 시련도세상 초월한 도인처럼주저함이 없다 허탈한 실연도아픔으로 상처 난 가슴도사랑의 희열마저도막힘이 없다 복잡 다난한삶을 통달한 듯 막힘없이한 줄의 글로 맺는다 하지만고통도 실연도 아픔도희열도 그 누구도 모르게천년을 두고 엉엉 운다. 더보기
헤어짐 / 성담 임상호 헤어짐 / 성담 임상호 사랑하던그 순간들은 하나하나지우기로 하였지요 하룻밤 지새면잊을 줄 알았는데꿈을 꾸고 나면금세 잊으려니 했는데잊을 수 없었어요 연필로 쓴일기장을 다시 펼쳐그 아름다웠던 사랑을지우기로 하였지요 꾹꾹 눌러다시 지우고 또 지워찢어지도록 지웠지만지울수록 또렷했어요 더보기
울림 / 성담 임상호 울림 / 성담 임상호 메아리가 없었다면산도 우는지 몰랐듯이하나의 작은 속삭임마저울림으로 다가오지 어느 날 너의 가슴에얼굴을 묻고 심장의 떨리는고동소리를 듣고 가슴이종일토록 설레었듯 바람결에 떨어지는 낙엽도작은 새의 울음소리도 마냥 예사롭지만은 않았지 일렁이는 파도소리도때도 없이 울리는 뱃고동도모두모두 그 나름의 이유가존재하리라 여겼지 하나의 작은 소리도 그냥 흘려버릴 수는 없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