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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 성담 임상호 밤길 / 성담 임상호 나비의 날개를 접다 펼치듯이 함박눈 내리는 밤길 따라 무작정 거닌다. 백발 성성한 머리 위에도 어깨 위에도 소복이 쌓여가는데 밤은 낮같이 환하다. 마주친 연인들의 대담한 입맞춤을 애써 외면해 먼 곳으로 고개를 돌린다. 나는 저들처럼 눈 내리는 밤의 그 흔한 낭만의 추억 하나 없이 터벅터벅 밤길 거닌다. 더보기
같이 가던 길 / 성담 임상호 같이 가던 길 / 성담 임상호 어디론가 가는 길은 몰라도 그저 엄마 따라 발 옮기면 봄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스치고 갔지. 바람에 실려온 향기와 엄마의 분 냄새가 어린 마음에도 왠지 좋기만 하였네. 새들은 허공 솟구쳐 날며 그들만의 짝을 찾는 노래로 지치지도 않았지. 엄마 손잡고 봄날의 소풍처럼 거닐면 따사로운 햇살처럼 행복하기만 하였네. 오늘도 그날처럼 엄마 손 그립기만 한데 하늘에 계신 엄마도 내 마음 같으시려나. 더보기
천 개의 눈 / 성담 임상호 천 개의 눈 / 성담 임상호 너와의 사랑은 쉽사리 이루어질 수 없기에 남들이 알아볼 수 없는 으슥한 밤이 되길 기다렸지. 너와의 사랑은 우리를 살피는 수많은 눈동자 때문에 이 땅에서 이루어질 수 없어 이곳저곳 낯선 곳으로 떠돌아야 했지. 너와의 사랑은 어울릴 수 없는 신분이라 여기는 천 개의 눈 때문에 오늘도 또 내일도 기약 없는 방황을 하였지. 천 개의 눈동자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바라보는 그 부라리는 눈 때문에... 더보기
바람 같은 사내 / 성담 임상호 바람 같은 사내 / 성담 임상호 잔잔하던 호수에 물비늘 만들어 놓고 시치미 떼고 가는 바람. 청솔가지 흔들어 알싸한 향 번지게 하고 한마디 말없이 떠나는 바람. 뭇 여인들 가슴 두드려 설렘만 머물게 하고 뒤돌아 보지 않고 떠난 바람 같은 사람아. 더보기
추억 속의 기억 / 성담 임상호 추억 속의 기억 / 성담 임상호 무작정 어디론가 발길 옮기자며 열차에 몸을 싣고 떠난 따스하던 겨울 여행. 이곳저곳 헤매다 밤이슬 촉촉이 내린 도심의 골목에 이르러 술잔을 기울였지. 왠지 모를 설렘에 뜬눈으로 숨죽인 밤이 지나고 하룻밤 여명의 시간 뒤로한 채 기억으로 잠재운 추억. 다시금 기억 떠올려 추억 속의 거리를 누벼보지만 홀로 거니는 그 거리는 아쉬움만 남네. 더보기
겨울처럼 / 성담 임상호 겨울처럼 / 성담 임상호 세 번의 폐암 선고 후 마치 낙엽 떨어진 부끄러운 벌거벗은 나무처럼 무성하던 머리카락이 존재도 없이 뽑힌 날. 수척해진 몰골이 불쌍하다는 듯 물끄러미 쳐다보던 사람들이 죽음을 예고하던 날. 그러나 죽은 듯 고요하기만 하던 얼음짱 그 밑에선 누구도 점칠 수 없던 고귀한 생명이 움트고 있었다. 이제 다시는 그 아픔 딛고 주먹으로 눈물 훔치던 아픔의 기억은 다시없으리라. 두 번 다시 영영... 더보기
그림자 / 성담 임상호 그림자 / 성담 임상호 늘 곁에 있어도 없는 듯 보이지 않아도 있는 것처럼 네 곁에 머문다. 검푸른 파도가 밀려와도 높은 산을 홀로 오를 때에도 너의 손 맞잡아 주련다. 한없는 외로움에 눈물 흘릴 때나 뛸 듯이 기쁜 순간순간마다 그림자처럼 머무련다. 더보기
여닫이 / 성담 임상호 여닫이 / 성담 임상호 골 아픈 세상 눈 감고, 귀 닫고 열린 입마저 닫고 살라한다. 이 세상 빗장 걸고 답답하게 사느니 열린 마음으로 백 년을 하루같이 살련다. 아름다운 세상 어여쁜 여인 보고 싶어 눈뜨고 귀 열어 듣고, 입 열어 사랑고백하련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