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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 / 성담 임상호 숙명 / 성담 임상호 남녀노소 굳이 가리지 않더라도 우리가 사는 이 너른 세상에는 나름대로 그 가치가 존재한다. 삶의 세계에는 태양만 우월하지도 않으며 생김생김의 외모만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서로의 진실됨을 알아볼 수 있는 감정 하나만으로도 좋아하게 될 요소가 충분한 것이다. 어차피 우리 생애의 반쯤은 늘 모자란 것만 같아 서로를 채워줄 숙명이라는 존재가 우리 곁에 머물기 때문이다. 더보기
다음 생애 / 성담 임상호 다음 생애 / 성담 임상호 그대에게 용기를 내어 한발 또 한발 내딛는 발길이 왜 이다지도 힘이 드는가. 오아시스도 없는 모래뿐인 광활한 사막을 낙타마저 없이 걷는 힘없는 발길이다. 이번 생애 더 가까이 다가서려 해도 더디게 가지만 다음 생애는 네게 먼저 닿으리라. 더보기
늙은 청춘 / 성담 임상호 늙은 청춘 / 성담 임상호 이제는 아무리 거꾸로 가려해도 어쩔 수 없이 깊은 주름에 한이 서린다네. 있는 힘 없는 힘 모두 들춰내봐도 어찌 패기와 발랄함의 청춘에 비하랴. 거울에 비친 늙은 사내를 애써 젊디 젊은 청춘이라며 못내 용기를 불태우는 오늘이다. 더보기
북풍(北風) / 성담 임상호 북풍(北風) / 성담 임상호 어디에서인지 시작도 알 수 없이 부는 바람이 스치듯 머물다 존재도 없이 가버린다. 솔밭 여린 가지 제 맘대로 흔들어놓고 산허리를 넘어 고즈넉한 산사(山寺)의 추녀밑 풍경마저 울리고 간다. 평화로이 노니는 흰구름도 갈라놓더니 사립문 열어젖혀 여기저기 낙엽을 흩뿌려놓는다. 잔잔하던 마음을 풍비박산 만들어 슬픔만 남기고 시치미 떼며 유유자적 가고 있다. 더보기
야누스의 여인 / 성담 임상호 야누스의 여인 / 성담 임상호 언제 보아도 마냥 반가운 미소로 만인들의 연인처럼 살아가는 너. 말 못 할 슬픔은 가슴 깊은 곳에 고이고이 파묻은 채 오늘을 산다. 가끔은 절여진 상처를 꺼내어보지만 애절한 슬픔은 아직 아물지 않았다. 겉의 상처는 아물면 떨어지지만 가슴의 상처는 핏방울 송골송골 맺힌 채 늘 아픔으로 남아있다. 더보기
외로운 밤 / 성담 임상호 외로운 밤 / 성담 임상호 아무도 없는 외로운 밤엔 세상이 너무 적막해 홀로 앉아 벽을 쳐다보며 그림자놀이라도 하고 싶어.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가사도 모르는 흘러간 옛 노래 박자도 상관없이 목이 터져라 부르고 싶지. 그도 저도 지치면 창을 닦아 어스름 달빛 한 조각 초대해 두런두런 이야기하다 지치면 꿈속의 널 그리며 잠들 거야. 더보기
세상살이 / 성담 임상호 세상살이 / 성담 임상호 호감과 비호감이 공존하는 세상이라는 넓은 터전엔 연극처럼 많은 이들이 예기치 않게 등장한다. 예쁜 포장을 양파 껍질 벗기듯 조심스레 하나둘 벗겨보면 따사로운 봄날의 미소로 불쑥 나타난다. 밥 한 끼 술 한잔으로 이어질 때마다 정겨운 그녀를 보면 어깨라도 콕 눌러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그리고는 계면쩍은 듯 커다란 웃음을 세상 떠나갈 듯 맘껏 터뜨리고 싶다. 더보기
세상은 전쟁 중 / 성담 임상호 세상은 전쟁 중 / 성담 임상호 세상은 그리 만만한 사람들의 터전이 아님을 그들과의 한바탕 치열한 싸움에서 알았다. 겉으로 보면 모두가 하나같이 웃음 띈 얼굴로 마주하였기에 저마다 숨겨진 서슬 퍼런 칼날을 미처 보지 못했다. 상처가 하나둘 깊어갈수록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견딜 수 있는 만큼의 방어막도 높아져갔다. 세상은 늘 이기는 자의 편임을 느끼며 그들에게 지지 않으려 오늘도 숫돌에 칼을 간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