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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을 때 / 성담 임상호 좋을 때 / 성담 임상호 아버지 손에 이끌려 피난길에 일가친척 모두 잃고 고아원에서 지냈다는 허리 굽은 김 영감님 어릴 적 목수일 배우다가 망치로 손을 헛 때린 바람에 불구가 되셨단다 한잔술에 거나해지면 어른 애 할 것 없이 바라보며 좋을 때다. 좋을 때를 입버릇처럼 달고 사셨는데 좋을 때를 과연 만나보셨는지 어제도 얻어 잡수신 소주잔을 푸념으로 안주하시고 집으로 가셨다는데 밤새 안녕이라고 날도 밝기 전 하늘로 가셨단다 그곳에선 정말 좋을 때 만나셨으면 좋겠네. 더보기
인내 / 성담 임상호 인내 / 성담 임상호 비바람에 계절을 시달려야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듯 온갖 역경을 딛고 바로 선 사람이라야 참 인간이다 인내의 참 열매는 달게 느끼지만 그 꽃은 세상 무엇에 견줄 수 없을 만큼 한없이 쓰다. 더보기
잡초 / 성담 임상호 잡초 / 성담 임상호 비바람 몰아쳐도 뙤약볕이 종일토록 머물러도 태생이 모질어서 꿈쩍도 안 한다. 키는 작고 꽃이 피지 않지만 엄연히 녹색의 식물인지라 신분을 잊지 않는다. 아름드리 거대한 나무는 송두리 채 뽑혀 쓰러지지만 머무는 곳 어딜지라도 뿌리 깊은 나는 견딜 수 있다네. 더보기
성공의 잣대 / 성담 임상호 성공의 잣대 / 성담 임상호 어느 날 왠지 나 홀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푸념 아닌 불평을 해본다. 그래도 한 계단 또 한 계단 오직 수직으로 된 층계를 오른다. 수없는 날들이 제법 익숙해질 무렵 상승의 욕망에 맥이 빠진다. 부(富)를 앞세운 무리들이 층계를 오르지 않고 초고속 승진의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여 보통 시민들의 기를 죽이는 요즘 세상이다. 더보기
스펀지 / 성담 임상호 스펀지 / 성담 임상호 바라만 보아도 빨려 들어갈듯한 사람. 그에게는 웬만해서 멀어질 수 없는 흡입력이 존재한다. 찰나 같은 틈새의 시간에 빨려 들어가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여명이 창을 두드리고 화들짝 선잠에서 깨어난 후 혼잣말처럼 되뇐다. 스펀지, 스펀지, 그 스펀지... 더보기
메아리처럼 / 성담 임상호 메아리처럼 / 성담 임상호 사랑할 때는 큰소리로 불러도 나지막한 소리로 부른다 해도 귀로 듣지 아니하고 정겨운 표정으로 듣는다. 소곤거려도 귀에 담고 그래도 못 믿어 아무도 모르는 가슴 깊은 곳에 다시금 꼭꼭 싸매어 숨기듯 담아둔다. 세월이 흐른 후 이별의 순간에 들어보니 언젠가 내가 속삭였던 그 말이 메아리 되어 이제는 네 목소리처럼 들리네. 더보기
돌아보면 모두 행복 / 성담 임상호 돌아보면 모두 행복 / 성담 임상호 끊임없이 지저귀는 새소리와 산사에서 들려오는 은은한 풍경소리 그리고 풀벌레의 울음소리마저 정겹습니다. 하찮은 바람과 하릴없이 노니는 구름과 내딛는 발에 밟히는 풀포기마저 생의 뒤안길에는 하나같이 소중한 요소입니다. 사방 꽉 틀어 막힌 콘크리트 벽 속에서 살아가는 낯설지만 그래도 미소를 주고받는 이웃이 있어 우리의 삶은 더불어 정겹기만 합니다. 봄의 꽃에서부터 겨울의 흩날리는 함박눈까지 사계의 변화를 요모조모 바라보며 생명이 숨 쉬고 있음에 오늘도 마냥 행복합니다. 더보기
말기 / 성담 임상호 말기 / 성담 임상호 까마득히 저 멀리 보이던 것이 어느 날 문득 시야에 감지될 때 인생의 종점은 멀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늦기 전 피울 수 있는 꽃도 서둘러 피워야 하고 그간 못했던 말도 전해주고 머리 위, 어깨 위 가리지 않고 담뿍 내리는 함박눈 같이 쌓여가는 백발의 여정도 나긋나긋 소곤대던 첫사랑이 저만치 홀로 갔을지라도 이젠 침묵의 순간순간마저도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아름다운 마지막 한순간을 위해 모든 걸 차분히 정리할 때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