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투병 / 성담 임상호 투병 / 성담 임상호 뉘라서 건강한 몸과 마음 갖고 싶지 않으리오 뉘라서 병마와 싸워 이기고 싶지 않으리오. 항암제를 맞고 머리숱이 뭉텅뭉텅 빠질 때마다 삶의 질긴 끈을 잡고 싶었다오. 겨울 밤길 걷다 눈이 소복 쌓인 길거리에 쿨럭쿨럭 토할 때마다 붉은 꽃이 빨갛게 피었다오. 울컥울컥 치미는 설움에 다시 이를 앙다물고 참아내기 세 번째라오. 이제는 두 번 다시 그 못된 녀석과는 친교를 맺지 않으리라 골백번 다짐한다오. 더보기 겨울에서 봄사이 / 성담 임상호 겨울에서 봄사이 / 성담 임상호 말 그대로 봄에서 겨울사이에는 수많은 사연들이 망라되어 있겠지만 겨울에서 봄사이엔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그렇지만 여름과 가을을 한꺼번에 합쳐놓아도 없을 소중한 생명이 잉태되는 알토란 같은 시간이 잠재되어 있다. 많은 것 중 하나를 고르는 것보다 적은 것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이 오히려 더없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더보기 보석 같은 그대 / 성담 임상호 보석 같은 그대 / 성담 임상호 흙속에 묻힌 진주는 고산준령 깊은 숲에 자라나는 산삼과도 같이 아무나 볼 수 없다. 여름밤 무수히 쏟아지던 별똥별 역시 어느 땅에 묻혔는지 전혀 알길 없어 발에 밟혀도 모른다. 귀하디 귀한 세상의 모든 것은 저마다의 귀한 대접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어느 누구의 눈에 뜨였느냐에 따라 그 값도 천양지차다. 그대여! 나의 눈에 보석 같은 그대여 부디 천년만년 내 곁에 있어주오. 더보기 임자 없는 편지 / 성담 임상호 임자 없는 편지 / 성담 임상호 떨어지는 꽃잎 보며 탐스런 꽃처럼 피어오르던 미소도 술잔 속의 정겨웠던 모습도 하나하나 그려봅니다. 하고픈 말 다하지 못해 한 줄 또 한 줄 안부를 묻는 사연 봉하지 못한 채 옛 기억만 떠올립니다. 무심히 흘러가는 세월에 곰곰이 생각해 봐도 못내 아쉽지만 우표도 붙이지 못한 편지를 허공에 띄웁니다. 더보기 고독의 나이 / 성담 임상호 고독의 나이 / 성담 임상호 젊음이 한 송이 꽃으로 승화되지 못할 즈음 고독이 찾아왔다. 몇 번인지 분명치 않은 세월의 끝마디라 여긴 그때도 마찬가지. 알 수 없는 흔한 낱말 때문에 가슴이 벽에 갇힌 것 같이 지나온 시간. 늙음의 세월에 접어들었어도 여전히 번민에 쌓여있으니 고독은 나이가 따로 없다. 더보기 시절 / 성담 임상호 시절 / 성담 임상호 비 내리는 오후의 거리를 걷다가 "슬픈 로라"의 애잔한 음률이 흐르는 곳에 멈춰 섰다 비가 슬픔보다 더 아린 날이다. 바람이 휘몰아치던 밤 그녀와 다정히 걷던 밤거리를 한잔의 술로 허전함을 애써 달래며 홀로 걸었다. 흔한 달빛마저 바람에 사라졌다. 현실보다 꿈이 먼저 도착한 인생 여정의 길에 이름 모를 꽃이 계절보다 앞서 피었다. 꽃이 지던 그 길에 다시 꽃이 핀다. 더보기 방방방 / 성담 임상호 방방방 / 성담 임상호 아버지께서 담배 태우시다 목침 베고 오수를 즐기시던 사랑방 문을 열어봤다 아버지는 안 계시고 담배냄새가 진동한다 어머님이 수틀에 수를 놓으시던 안방 문을 열었다 어머니 대신 청노루 한쌍이 물끄러미 바라본다 4남매가 조잘거리던 건넛방 문을 활짝 열었다 지금은 아무도 없는 그 방에 웃음소리만 그득하다 이방, 저 방 모두 신기루처럼 사라졌어도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옛 시절의 기억 속엔 추억만이 가득하다. 더보기 장미 여인 / 성담 임상호 장미 여인 / 성담 임상호 겹겹이 둘러싸여 속이야 훤히 알 수야 없지만 겉은 그 여인처럼 아름답고 향기도 진동한다. 섣불리 다가섰다 줄기의 가시에 찔려 붉은 피가 송골송골 맺혔다. 아름다운 것에는 깊은 곳에 감춘 예리한 무기가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가시가 드러나지 않은 꿈속의 아름다운 그녀는 여전히 그립다. 더보기 이전 1 ··· 71 72 73 74 75 76 77 ··· 1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