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꽃말처럼 / 성담 임상호 꽃말처럼 / 성담 임상호 예전 아주 어린 마음에도 꽃말은 그럴싸하게 느끼며 신앙처럼 믿게 되었다. 사랑하는 이와 다정히 거닐다가 아름다운 보라색 꽃을 건네주기 위해 강물에 떠내려간 루돌프. 도나우 강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으면서까지 마지막 힘을 다해 물망초꽃을 연인 벨타에게 던진 슬픈 이야기. 과연 오늘 이 순간 사랑하는 이에게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그것도 참다운 행복이 아닐까... 더보기 짐작 / 성담 임상호 짐작 / 성담 임상호 비가 개인 어느 날 오후 일곱 빛 쌍무지개가 동쪽 하늘에 반원을 그리며 떠 있다. 알전구 같은 고무풍선 주둥이에 입을 대고 표주박 보다 훨씬 크게 바람 불어넣어 하늘에 날렸다. 까마득이 허공으로 솟구쳐 무지개다리 건너 한참 날아갔으니 아마도 오늘은 행복 속에 살으리랏다. 더보기 바람 / 성담 임상호 바람 / 성담 임상호 거센 바람이 들녘의 가녀린 꽃들을 훑고 지나면 흔들리는 꽃처럼 내 마음도 흔들리지. 마치 부드러운 연인의 손길같이 스쳐 지나면 종일토록 설렘에 마음은 풍선처럼 부푼다네. 난분분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그 바람과 함께 한 몸처럼 어울려 허공으로 솟구치고 싶다네. 더보기 구월 / 성담 임상호 구월 / 성담 임상호 삼복 태양의 위세 앞에 그을린 구월이 여름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쭈그리고 앉아있다. 요란하리만치 뜨거운 폭염을 뒤집어쓴 채 구슬 같은 땀을 흘리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리면 기회의 가을이 째깍째깍 스미듯 다가오리다. 풍요를 앞세운 가을 꼿꼿이 허리 편 구월이 이제는 내 세상이다 큰 소리 지르며 다가오리라. 더보기 임 생각 / 성담 임상호 임 생각 / 성담 임상호 비 내리니 촛불 켜놓고 상념에 잠긴 밤 혹여 임도 오시는 줄 알고 사립문 열어둡니다. 한밤중 문 열리는 소리 들려 살며시 고개 돌려보니 임 보이지 않고 바람만 슬며시 다녀갑니다. 함박눈 소복이 내린 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임과 시린 손 마주 잡고 거닐던 그 밤 다시금 그리워집니다. 더보기 황량한 들녘 / 성담 임상호 황량한 들녘 / 성담 임상호 종일토록 지나는 이마저 없을지라도 눈길 마주하지 않아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김없이 꽃이 핀다. 가끔은 바람이 야생화 곁을 무심히 스치며 지날지라도 그때마다 온몸 흔들어대며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황량한 들녘 보이는 이 없어도 비 그친 뒤 무지개 뜨고 푸르던 하늘 붉게 물들여 길손을 유혹하는 노을이 핀다. 세월이 가고 계절이 다시 바뀌어도... 더보기 문 / 성담 임상호 문 / 성담 임상호 문이 열리면 어린애를 업은 아낙이 주위를 휘이 둘러보다 구석의 빈자리에 앉는다. 다시 문이 열리면 험상궂은 사내와 요염한 여인이 방금 이혼한 부부처럼 따로따로 앉는다. 문을 여닫을 때마다 생면부지 사람들이 나가고 줄지어 들어온다. 지하철 2호선은 순환열차다. 더보기 마중물 / 성담 임상호 마중물 / 성담 임상호 마중물을 붓고 삐거덕삐거덕 손잡이를 오르내리면 펌프의 주둥이에 졸졸거리며 물이 뿜어져 나온다. 사랑해! 이 한마디 해달라고 조르는 여편네 그리고 마지못해 마중물 부은 펌프처럼 삐걱거리며 내뱉는 사랑해! 별것 아닌 한마디 말 듣기 위해 무려 반백년이 족히 걸린다는데 죽고 난 다음 백 마디를 한꺼번에 해주려 아끼는지. 이 말을 못 듣고 사는 사람은 아마 우리 마누라 말고는 없겠지. 더보기 이전 1 ··· 70 71 72 73 74 75 76 ··· 1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