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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담의 시

영화처럼 / 성담 임상호

 

 

 

 

영화처럼 / 성담 임상호

 

스르륵스르륵 영사기가 돌아가면

어둔 극장에는 낡은 필름의 중심에는

청춘 남녀 배우들이 보입니다

필름이 긁힌 듯 비가 내리고 화면 역시

비가 내리는 도심 속 오후의 너저분한

좁은 골목이 보입니다

아직 밤이 되지 않았건만 젊은 청춘은

술이 거나한 듯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를 얼싸안고 진한 입맞춤을 합니다

비는 그침 없이 파문처럼 동그라미를

수없이 그리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지속된 입맞춤도 지쳤는지

그제야 감싸 안았던 팔을 풀고 비틀비틀

싸구려 여관으로 들어갑니다

네온이 켜진 거리에 적막이 찾아들자

구름에 가렸던 그믐달이 고개를 내밀고

비 그친 거리에 한 줌의 빛을 내립니다

청춘이 걷던 길의 발자국이 영화처럼

내리는 함박눈에 묻혀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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