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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담의 시

몽롱한 새벽 / 성담 임상호 몽롱한 새벽 / 성담 임상호 겨울의 세찬 바람이종일토록 불어오던 늦은 밤이었던가진눈깨비가 내리던 새벽이었던가가물가물한 술꾼들의 기억 창너머로 보이는 밤은여전히 어둠 속에 굳건히 잠겨있고문틈으로는 황소 같은 바람이 밀치며쳐들어오는 것만 같은 새벽녘 싸늘하게 식어버린술국을 데워달라는 말은 목울대를넘지 못한 채 취객 서넛이 알 수 없는소리를 지껄여대는 선술집 풍경 습관적으로 주거니 받거니들이킨 쓰디쓴 소주가 이 날따라갈증을 달래주던 시원한 냉수처럼벌컥벌컥 마셔버렸겠지 밤이 깊어 휘청거리기는가로등이나 취한 사람이나 똑같은새벽의 풍경화는 쌓인 눈길을한없이 질주하고 있었다 잠결에 취한 새벽이몽롱한 가운데 슬며시 게슴츠레한눈을 뜨고 사방을 살펴보지만보이는 건 어둠뿐이다. 더보기
추억 어린 밤 / 성담 임상호 추억 어린 밤 / 성담 임상호 바람은갈대숲을 지나 드넓은 하늘휘영청 밝은 달에 걸린 구름을서너 뼘 옮겨놓았다 어둡던 밤이안경을 닦은 듯 초롱초롱한별이 곁으로 다가와 연인처럼귀엣말을 읊어준다 갈대는온몸 부대끼며 연인을 위한매혹의 세레나데를 준비하여황급히 들려줍니다 옷깃을 여미며늦은 밤의 예기치 않은 초대에추억을 소환하여 달콤하였던그날의 시간에 빠져봅니다. 더보기
이별이라는 이름 / 성담 임상호 이별이라는 이름 / 성담 임상호 미풍에대궁 흔들며 피던 꽃욕심껏 영롱한 이슬 담더니그 꽃지고 말았네 따사로운햇살 머문 뒤 열정의 마음보다더 붉은 꽃송아리로 피더니소나기에 낙화가 되네 밤하늘은빛으로 찬연히 밝히더니댓 뼘은 족히 되는 꼬리 달고서호수로 떨어진 별 온 산 붉게물들여 단풍구경 가자했더니어느새 잎새는 떨어지고나목이 되었구나 하늘하늘하늘에서 나비처럼 날아와서온 세상 하얗게 수놓더니한 줌 햇살에 사라졌네 이 풍진 세상어우렁더우렁 백 년을 살자더니임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아린 추억만 남았네. 더보기
인생여정 / 성담 임상호 인생여정 / 성담 임상호 인생여정은애당초 목적지조차 모르고태어나 시작된 길이기에그저 가고 있을 뿐이다 어차피 출발한 여정이기에가끔씩 뒤돌아보지만 왜 가야하는지조차 모른 채 알 수 없는길을 멈추지 않는다 힘겨운 발길에도 이제남은 길은 멀지 않았다고스스로 다구치며 열정을 쏟아가던 길을 쉼 없이 간다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던짙은 안개의 숲 저너머 어렴풋신기루처럼 인생의 종착역이눈앞에 성큼 다가선다 희열은 순간은 말없이 온다. 더보기
조바심 / 성담 임상호 조바심 / 성담 임상호 어느새 해거름능선의 빛깔도 노을 닮아붉은빛으로 조용히 채색되고배낭 속 미지근한 막걸리 한잔에얼굴빛도 그 저녁 빛깔일세 숲을 휩쓸던 바람은굳이 슬며시 곁으로 다가와다정히 속삭이다 그도 지쳤는지나뭇잎만 흔들어놓고 떠나네 해는 기울고마음보다 뒤지는 발길을애써 다독여 보지만 어둠은 벌써비탈길을 점점 숨기고 있네 허둥지둥숨은 턱밑까지 차오르고조바심에 서둔 발길은 아뿔싸미끄러져 코가 깨졌네. 더보기
추억의 거리 / 성담 임상호 추억의 거리 / 성담 임상호 나목이 거리를 쓸쓸히 지키는 해거름추억이 얼기설기 엮어있는인사동 골목을 거닌다 이 골목어디선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와해맑은 미소를 띠며 다가올박 시인을 떠올린다 저 골목끝날즈음 합류한 김 시인과섣달 그믐밤의 술잔을 부딪치며지난 일들을 지껄여본다 눈발이휘날리는 거리에서 제멋에 취해싸돌아 다니면 그때의 기억에세월의 흐름도 잊히겠지 낭만이 낙엽처럼 깔린 그 거리... 더보기
밤이슬 / 성담 임상호 밤이슬 / 성담 임상호 차갑고가녀린 한줄기 달빛이 내리는적막한 숲길을 홀로 거닐며상념에 잠긴다 밤이슬은옷깃을 말없이 적셔오고소나무는 이슬에 뾰족한 잎새를씻고 있는 밤 잃어버린짝을 하염없이 기다리다 지쳤는지이슬에 젖은 날개를 털고 허공으로 치솟는다 노오란달맞이꽃이 무심코 걷는 발길에차일까 염려스러워 조심조심어두운 길을 살펴간다 풀벌레 소리마저 숨죽이는 밤. 더보기
일출, 일몰 / 성담 임상호 일출, 일몰 / 성담 임상호 해가 뜨듯 젊음의 시절엔보이는 건 모두 낯이 설었지만미지에 대한 설레는 마음도한구석에 공존하였었지 낯이 선 사람낯이 선 풍경과 낯선 체험 그리고심지어 남녘에서 불어오는따스했던 바람까지도 젊음의 시절이 가고누구라도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황혼이 낯설게 가슴을 짓누르듯이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고 낯이 설었던모든 것이 눈에 익을만하면하나둘씩 차차 잊게 되고 스스로도세상을 뒤로한 채 사라진다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