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생각* / 성담 임상호
담장 밑 뜨락에는
시집갈 나이의 처녀 볼처럼
발갛게 꽃을 피워내는
봉숭아가 있었다.
엄마는
그 고운 잎을 따서 짓이겨
여동생 셋의 고사리 같은 손가락에
단단히 매어주었다.
여름해는
저녁참에도 질 줄 모르는지
여전히 따사로운 햇살을
감추지 않았다.
저녁때가 되었는데도
밥상은 나오지 않아 굶주린 배를
채우지 못해 하모니카를 들어
"고향생각"을 불었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
내 동무 어디 두고
이 홀로 앉아서
이일 저 일을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배고픔이 잠시 멎었다.
내일쯤이면 여동생들의 손가락이
빨갛게 물들 테지.
* 고향생각: 현제명 작사/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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