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일기장 / 성담 임상호
궁상떨듯
가난에 허덕이던 시절
시래기만 넣고 끓이는
애꿎은 솥단지 뚜껑만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였다.
아궁이 속 청솔가지는
매캐한 연기를 동반하여
그 잘난 시래기 죽 끓을 동안
몇 번씩이나 행주치마로
두 눈을 비벼야만 했다.
절반씩 퍼담은
시래기 죽그릇 돌리다 보니
식구 숫자보다 한 그릇이
모자란다.
붉게 타는 저녁
아름다운 노을이 지는
서편 하늘을 바라다보며
왠지 모를 슬픔이 몰려올 때
침 한번 삼키고
긴 하루를 마감한다.
'성담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뜨겁던 강촌에서 / 성담 임상호 (0) | 2022.09.01 |
---|---|
다음 백 년이 지날 무렵 / 성담 임상호 (0) | 2022.09.01 |
유무(有無) / 성담 임상호 (0) | 2022.09.01 |
기다리는 마음 / 성담 임상호 (0) | 2022.09.01 |
인연과 필연 / 성담 임상호 (0) | 2022.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