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담의 시

분신 / 성담 임상호

 

 

 

 

분신 / 성담 임상호

 

한 생애를 꽃처럼 살고 싶어

너른 들녘이나 능선의 골짜기를

마다치 않고 자연을 벗 삼아

마치 방랑자처럼 떠돌았다

 

내딛는 발에 자칫 밟힐 듯

피어있는 예쁜 야생화를 피하다가

꽃도 못 핀 녹색의 줄기를 밟아

허리를 꺾어버리고 말았다

 

꺾인 잎새에 절절한 미안함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자꾸 보고 또 보고

뒤돌아보게 만드는 연민의 정이

평생 그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었다

 

세월이 한참을 흐른 뒤 들녘에

그의 마지막 몸 누운 곳 바로 옆에는

생전의 염원처럼 아니 분신 같은

하얀 꽃이 소담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성담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직 / 성담 임상호  (0) 2025.01.18
신기루 / 성담 임상호  (0) 2025.01.18
열반 / 성담 임상호  (0) 2025.01.11
그 사월에... / 성담 임상호  (0) 2025.01.10
지친 여정의 빛 / 성담 임상호  (0) 2025.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