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 성담 임상호
한 생애를 꽃처럼 살고 싶어
너른 들녘이나 능선의 골짜기를
마다치 않고 자연을 벗 삼아
마치 방랑자처럼 떠돌았다
내딛는 발에 자칫 밟힐 듯
피어있는 예쁜 야생화를 피하다가
꽃도 못 핀 녹색의 줄기를 밟아
허리를 꺾어버리고 말았다
꺾인 잎새에 절절한 미안함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자꾸 보고 또 보고
뒤돌아보게 만드는 연민의 정이
평생 그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었다
세월이 한참을 흐른 뒤 들녘에
그의 마지막 몸 누운 곳 바로 옆에는
생전의 염원처럼 아니 분신 같은
하얀 꽃이 소담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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