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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담의 시

흥정 / 성담 임상호

 

 

 

 

흥정 / 성담 임상호

 

하늘이 내게 초승달을 보여주며

밤길을 밝혀주는 아주 좋은 물건이라며

삼십 원에 판다고 하였다

그다지 밝지 않아 어두운 밤길 거닐 때 

별 도움이 안 되니 안 사겠노라고

했더니 구름 속으로 숨겼다

다시금 상현달을 들고 와 저번과는 달리

다소 밝게 빛나니 칠십 원이면 사겠냐고

부동산 중개사 데려와 흥정을 한다

마음에  썩 들지 않는다며 안 사겠다고

휙 돌아서니 이번에는 둥근 보름달을

가져와서 백 원에 팔겠단다

이전 것들과는 달리 밝기도 하거니와 

생김새가 호떡처럼 생겼기에 군침이 돌아

사겠다고 하였더니 하현달과 그믐달까지

몽땅 바겐세일로 이백 원을 달라한다

초순부터 그믐까지 밤길 환하게 밝혀줄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

한 달 내내 밝혀줄 다섯 개 달 모두

합해 삼백 원에 팝니다... 사실 분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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