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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담의 시

그 여인 / 성담 임상호

 

 

 

 

그 여인 / 성담 임상호

 

하염없이 내리는 비에

윈도브러시는 비를 닦느라

부지런히 양 날개를 움직인다

부산하게 어디론가 향하는

창밖 군상들의 발걸음이

부딪힐 듯 용케도 비껴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연민의 눈길은 아롱아롱하듯

점멸하는 네온에 머무는데

그날의 철 지난 기억을 

새삼스럽게 떠올려본다

빗속을 또각거리며 거닐던

여인의 발걸음이 유난히

애처롭기만 하다

가슴의 아린 상처가 깊은지

고개를 숙이며 쓸쓸하게

쏟아지는 빗속으로 사라지는

여인의 무거운 하이힐 소리만

해저문 오후의 마음까지 축축한

길의 여운으로 남겨둔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