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여 안녕 / 성담 임상호
어둠이
점점 옥죄어오는
도심의 구석에서 쓸쓸하지만
시대의 마지막 로맨티시스트처럼
한잔의 곡차를 마신다.
한잔 또 한잔을
마실 때마다 방랑이란 놈이
어깨를 툭툭 치며 어디론가
함께 떠나자며 유혹의
눈초리를 던진다.
취기에
붉어진 얼굴로
그림자 길게 늘어진 골목을
몸도 가누지 못한 채 빠져나와
쓰러지듯 열차에 몸 싣는다.
노을이
세상을 빨갛게 물들이는
바닷가를 홀로 거닐면
검은 눈동자는 어느새 충혈되어
슬픈 과거를 떠올린다.
어쩌면
깃털을 송두리째 뽑힌 채
새가 되어 솟구쳐 오르지만
찰나처럼 모래에 주둥이를 박고
최후를 마감하겠지.
주인을
잃어버린 사랑은
출렁이는 파도에 실려
이리저리 제멋대로 표류하며
기약도 없이 떠난다.
여명이
동트며 사라지면 암흑에서
밝아지는 새날같이 슬픔은 가고
새 희망이 나래를 펴고
다시금 찾아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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