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 성담 임상호
아무도 모른다
그저 메아리처럼 들리다가
멀어져 가도 그뿐인 것만 같은
무덤덤한 소리다
소음의 공해 속에
살다 보니 이제 어지간한
소리쯤은 귀 막고 살지 않아도
이력이 나서 괜찮을법하다
소리에 날개가 달려
날아가다 급격한 절벽에 부딪쳐
무참히 깨지는 아픔의 소리조차
그저 그러리라 여긴다
지난날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어본 사람 역시
이제는 남의 일이라 여기기에 굳이
나서지 않고 한낱 방관자의
입장에서 보기 때문이다
음악처럼
구슬피 들리는 그 소리가
영과 혼이 실리듯 다시 들려오면
슬픔에 젖어 먼저 가슴이 아려오고
이윽고 동참의 눈물을 흘린다
한마디 말도
스쳐 지나는 작은 소리도
마음을 열고 나의 분신처럼 느낄 때
그 소리는 바로 나의 소리다
비명은
그저 지나가는 슬픔이 아니라
어쩌면 심금을 울려줄 우리 모두를
아프게 만든 아린 상처다
꽃잎 한 장이
시들어 떨어져도 메말랐던
마음이 촉촉해지며 목울대를 넘어온
울음소리가 커지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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