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롱한 새벽 / 성담 임상호
겨울의 세찬 바람이
종일토록 불어오던 늦은 밤이었던가
진눈깨비가 내리던 새벽이었던가
가물가물한 술꾼들의 기억
창너머로 보이는 밤은
여전히 어둠 속에 굳건히 잠겨있고
문틈으로는 황소 같은 바람이 밀치며
쳐들어오는 것만 같은 새벽녘
싸늘하게 식어버린
술국을 데워달라는 말은 목울대를
넘지 못한 채 취객 서넛이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여대는 선술집 풍경
습관적으로 주거니 받거니
들이킨 쓰디쓴 소주가 이 날따라
갈증을 달래주던 시원한 냉수처럼
벌컥벌컥 마셔버렸겠지
밤이 깊어 휘청거리기는
가로등이나 취한 사람이나 똑같은
새벽의 풍경화는 쌓인 눈길을
한없이 질주하고 있었다
잠결에 취한 새벽이
몽롱한 가운데 슬며시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사방을 살펴보지만
보이는 건 어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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