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담의 시

동감 / 성담 임상호

 

 

 

동감 / 성담 임상호

 

 

빨간 대추알이 풍성하던 집에 오가던

이들의 발길이 분주하고 덩달아 신이 난

삽살개가 제 그림자 꽁무니 잡느라 맴을

돌았는데 어느 날 하나는 서울로 하나는

하늘나라로 또 하나는 행방불명으로

사라져 대들보가 무너져 폐허로 남았다

 

질서 정연하게 씨줄과 날줄 교묘하게

가녀린 줄로 만들어 새벽 햇살 영롱한

빛을 담던 때로는 일석이조 생계를 꾸릴

먹이사냥도 하며 단출하던 거미집이 

부서지고 앙상하게 거미 껍질만 스산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나부낀다.

 

고요가 머물던 숲의 변두리에 남이 볼까

몰래 마련하여 오순도순 짹짹거리며 

식솔들의 합창소리 요란하게 숲의 적막을

울리던 단란한 새들의 가정이었는데

새끼들 훨훨 날아가고 이제는 볼품없이

빈둥지만 그때의 기억을 담고 있다.

 

'성담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해 겨울 / 성담 임상호  (0) 2024.10.22
과묵 / 성담 임상호  (0) 2024.10.22
일백사십육 원 / 성담 임상호  (0) 2024.10.20
오리무중(五里霧中) / 성담 임상호  (0) 2024.10.20
분홍빛 시절 / 성담 임상호  (0) 2024.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