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길 / 성담 임상호
파도가 넘실대는
초저녁의 바닷가를 거닐며
인생 회한의 조각 꿰맞추듯
잊힌 기억을 들춰낸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마구 쏟아버린 퍼즐 같은
이야기를 하나둘 맞춰보지만
쉼 없이 돌고 도는 주마등처럼
어느 것 한 가지 매끄럽게
이어지질 못한다.
갈피 잡지 못한 마음은
그저 한발 두발 내딛는 발길에
우연히 차인 조가비 하나
허리 굽혀 주어들고
긴 상념에 빠져든다.
해는 이미 수평선 너머로
노을만 남기고 숨었는데
해풍에 젖은 몸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다.
깊은 밤마저
여명에 쫓기듯 사라지고
장엄히 솟아오르는 태양이
외로움을 부둥켜안아
반겨줄 뿐이다.
바닷바람에 절여진 몸과 맘을
중천에 떠오른 태양에 맡기듯
모래밭에 길게 몸을 누인다.
하루해 저물고 새로운 하루가
인생의 시간을 낭비하듯
답을 찾지 못해 쩔쩔매는 참담함에
고개를 떨궈 자책해 보지만
달리 도리가 없다.
뽀얀 햇살에 몸을 말린 아침이
어깨를 감싸 일으켜 세우고 다시금
내일을 열라며 부축한다.
가야지 가야 하지 다시금 내딛는
발길에 보이지 않는 힘이 실린다
아무도 예측 못할 굴곡의 인생길은
평탄하지 않아 오히려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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