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 / 성담 임상호
수많은
젊은 여인들의 시샘을 받던
늘씬한 마네킹이 이제 수명을 다해
은퇴의 순간을 맞았다
벌거벗은
마네킹의 발이 땅에 닿아 출렁일 때
지나던 늙은이가 마네킹의 봉긋한
가슴을 흘낏 쳐다본다
얼마쯤
더 가다가 신호등에 서 있는데
꼬부랑 할멈이 유심히 탱글탱글한
마네킹의 히프를 넋 놓고 바라본다
생명은
아예 없을지라도 젊디 젊은 마네킹은
아직도 황혼을 맞은 노인네들의
부러움을 만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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