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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담의 시

나그네 / 성담 임상호

 

 

 

 

나그네 / 성담 임상호

 

어젯밤

달빛을 머리에 이고 가시더니

새벽에 이르러 그 빛 담아

머리는 은빛이로세

 

안개의

숲에 갇혀 미로처럼 헤매며

다시 못 올 길 떠난 줄 알았더니

그래도 길 잃지 않고

예까지 오셨구먼

 

낯설게

지나온 길의 흔적은 바람 불어

사라졌어도 세월의 조각은

이마에 남았구려

 

스산한 밤

외로움은 감추지 못해

바람같이 들녘 누비다가 애꿎은

꽃잎만 흔들고 가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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